청와대가 7대 비리, 12개 항목으로 이뤄진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준을 어제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기존의 병역 면탈,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에다가 성(性)범죄와 음주 운전을 포함시켜 7대 비리로 확대한 것이다. 즉시 적용되는 이번 기준에 따라 병역 면탈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연루자는 시기를 불문하고 고위공직에서 배제된다. 위장 전입과 논문 표절은 인사청문회가 장관으로 확대된 2005년 7월과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된 2007년 2월 이후가 적용 대상이다. 음주 운전은 최근 10년 내 2회, 성범죄는 성희롱 예방 의무가 법제화된 1996년 7월 이후 성 비위 사실이 확인된 경우 대상이 된다.

청와대가 이런 기준을 마련한 것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1기 내각 조각 과정에서 드러난 인사 난맥상으로 국민적 신뢰가 실추됐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1호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 부인의 위장 전입이 문제가 됐을 때만 해도 인수위도 없이 급작스럽게 출범했기에 어느 정도 용인이 가능했지만 이어진 후속 인사에서 흠결을 지닌 이들이 여럿 임명됐던 것이다. 사실 고위 공직자들은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인 만큼 위법이나 특혜시비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도덕적으로도 깨끗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국민들이 고위 공직자들에게 요구하는 기준 역시 터무니없이 높은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읽었기에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고위 공직자 배제 5원칙을 천명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에 마련된 인사 기준은 보다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부족하고 모호한 점 투성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 1기 조각이 완료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공개한 것도 꺼림칙하다. 마치 1기 내각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됐던 이들이 장관에 임명된 이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눈에 띄지만 인사원칙의 훼손과 직무수행은 별개의 것이다. 앞으로 인사 검증 기준이 보완되고 철저히 지켜지길 바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