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졌던 수능이 다시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마지막 정리, 문제 예언을 한다며 한창 몰리는 학원가. 그런데 11월 학원가보다 더 성황인 곳은 바로 절 그리고 교회다. 자식 걱정에 마지막 기도를 위해 붐비는 종교 시설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고`, `공부로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해도 중등교육의 마지막 평가라 할 수 있는 수능에 목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수험생 가족이라면 모든 초점이 `고삼`에게 맞춰져 있는 지금, 식탁 위 음식으로도 수험생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두뇌활동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브레인 푸드로 등푸른 생선을 꼽을 수 있다. 등푸른 생선의 대표 격인 고등어, 삼치 그리고 꽁치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지금 가장 싱싱하고 맛이 좋을 때라 11월에 가장 잘 맞는 식재료라 할 수 있겠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와 고등어, 김창완). 익숙한 노래처럼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등푸른 생선은 바로 고등어다.

고등어(高登漁)란 이름은 등이 둥글게 부푼 모습에서 생겨났다. 직접 구워먹거나 소금에 절여도 맛있고 조림을 해도 맛있다. 11월 고등어는 지방함유량이 높아져 맛이 월등히 좋아지는데, 오죽하면 `가을 고등어와 가을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란 말까지 생겨났다. 고등어를 소금에 절인 자반고등어는 쉽게 상하는 고등어를 오래 보관, 유통하기 위해 생겨났다. 성질이 급해 잡자마자 죽고 상하기 쉬워 회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비린 맛 안내고 잘하는 고등어 횟집을 찾으면 천상의 맛을 볼 수 있다. 고등어 속엔 양질의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 여기에 있는 DHA는 뇌, 신경, 망막과 같은 세포를 구성, 유지보호하며 기억력과 집중력 같은 두뇌기능의 활성화를 도와주기 때문에 수능을 앞둔 고삼에게 최상의 반찬이 된다 할 수 있겠다. 덤으로 콜레스테롤 개선 및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심장병, 고혈압 등 질환의 예방까지 해준다.

살이 단단하고 청록색 광택이 나는 것, 그리고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을 골라야 좋은 고등어를 고를 수 있다. 고등어를 굽기 한 시간 전에 소금을 뿌려주면 수분이 없어져 살이 단단해지고 맛이 좋아진다. 고등어와 함께 먹어 좋은 음식은 바로 `무`, 무를 맵게 해주는 이소시아네이트는 고등어의 비린내를 없애주며 무의 비타민C는 고등어에 부족할 수 있는 소화효소가 돼 고등어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지난 1일, 해양수산부장관은 올 11월 수산물로 고등어를 선정했다. 월동준비를 하는 고등어가 몸에 지방을 비축하기에 맛이 최고조로 올랐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부족한 시절은 지났고, 음식은 생계를 위해서 라기보단 즐거움을 주는 성격이 더 강해졌다. 맛있는 식사는 수단으로서가 아닌 그 자체로 즐거움을 준다. 고등어가 두뇌활동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 수험생에게 효과적인 음식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1년 동안 지친 수험생들에게, DHA가 아닌,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수단이 아닌, 맛있는 반찬으로 식탁의 즐거움을 주고 싶다. 이 또한 `11월 고등어`가 제격이다. 김지식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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