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끝 지평선에서 하얀 터빈을 쓴 안소니 퀸이 낙타를 타고 등장하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1962년 컴퓨터그래픽이 없던 시절 요르단 사막에서 수 천 마리의 낙타와 수 천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만든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한 장면으로, 젊은 안소니 퀸을 만날 수 있는 추억의 영화다. 최근 이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새로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사막에서 먼지가 날리는 광경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옛날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낭만적이기까지 했던 영화 속 사막 먼지에 왜 눈살이 찌푸려졌을까. 먼지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먼지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임이 확실함에도 말이다.

먼지는 발생 형태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흙먼지, 식물의 꽃가루 등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있다. 둘째는 석탄·석유 등 화석 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의 날림 먼지 등 경제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위적 먼지가 있다. 자연적 먼지의 대표 격이 황사이다. 봄철 중국과 몽골의 건조한 사막 지대에서 모래와 흙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날아와 떨어지는 것이 황사이다.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한양에 흙이 비처럼 내렸다`는 기록이 있듯이 황사는 오래 전부터 한반도의 역사와 함께했다. 그렇다고 황사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미세먼지는 봄철 황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늦가을인데 벌써 미세먼지 농도를 걱정하고 있다. 우리가 경제활동 과정에서 배출하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등 인위적 먼지가 더 큰 문제라는 얘기이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총먼지, 지름이 10㎛ 이하 미세먼지(PM10), 지름이 2.5㎛ 이하(PM2.5)인 초미세먼지로 나뉜다. 이중 미세먼지는 질산염, 암모늄 등의 이온성분과 탄소화합물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2013년에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암연구소에서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그 이유는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면역력이 나빠져 감기, 천식, 기관지염 등의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고, 특히 지름이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인체 내 기관지 및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각종 폐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배출원은 제조업의 연소공정이며 그 다음으로는 자동차를 비롯한 이동오염원에서 많이 배출된다. 또한 일정한 배출구 없이 대기로 흩날리는 날림먼지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2022년까지 국내 배출량의 30%를 감축하기 위해 지난 9월 26일에 12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7조 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발전, 산업, 수송, 생활부분에서 미세먼지를 감축시킬 과제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배출허용기준을 현행 대비 2배 강화하며, LPG 차량 및 전기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도료 중 유기화합물질(VOCs) 함유기준 강화 및 주유소 유증기 회수설비를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생활 속 미세먼지를 저감하게 된다.

2016년도 기준 대전·충청지역 대기오염도 수준은 환경기준(50㎍/㎥) 이내(대전 44㎍/㎥, 청주 49㎍/㎥, 천안 49㎍/㎥)이지만 일부 지역은 전국 평균(47㎍/㎥)보다는 높은 편이다. 또한, 2014년도 국가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면 충청남도가 연간 44만톤으로 연간 51만톤인 경기도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고, 전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인 30기가 충남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기오염물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현안이 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난방유의 사용이 증가하고 미세먼지 농도도 늘어날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그 동안 마련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건설공사장, 고유황유 사용 사업장, 불법소각 등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정부 대책만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노후된 환경오염방지시설을 개선하는 등 자발적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한 물건을 싣고 내리는 작업을 하는 사업장에서는 방진막을 설치하고, 비산먼지를 제거할 수 있도록 물을 뿌리는 시설을 설치해야 하며, 건축물 축조 공사장에서는 먼지가 공사장 밖으로 흩날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 사업장 스스로 미세먼지 발생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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