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약화 현상이 만연하다. 포퓰리즘, 배외주의, 정치적 대립, 이기주의의 만연 등이 확산되고 있고, 심지어 권위주의나 독재 등 비민주정을 지지하거나 용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예외이다. 촛불시민혁명에서 불의에 저항하는 민주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있었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정치를 혐오한다.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매일 정치적 삶을 살고 있다. 인간은 자기 의견을 피력할 줄 아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인간에게 정치란 삶 그 자체이다. 그리고 민주시민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가진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정치에는 돈이 든다. 정치와 돈은 명맥을 같이 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정치에도 정치자금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법으로 정한 정치자금은 당비, 후원금, 기탁금, 정당국고보조금 등이다. 그 중 정치후원금은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지지의 표현으로 기부하는 것이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후원하는 것은 민주주의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하는 적극적인 정치행동이다.

정치후원금의 모금과 사용과정이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함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과거 일부 국회의원이 공천을 대가로 해당 지역구 소속 기초의원이나 출마예정자로부터 대가성 정치자금을 받는 사례가 있었다. 그리고 정치자금법상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수 없는데, 최근 일부 법인 또는 단체가 직원을 대신 내세우거나 종용하여 특정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사례가 드러나기도 했다.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투명하지 않은 정치자금은 민주주의를 병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치자금 운용과 관련한 법규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정치후원금에 대한 규제가 아주 느슨하다. 기업, 노조, 개인이 선거에 나서는 후보와 무관하다면 독립적인 특정 사안이나 정견을 알리는 목적에 액수 제한 없이 유권자에게 돈을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소수의 부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정치과정에 반영되기 쉬운 구조이고, 실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자본이 정치과정 전반을 지배하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한국의 정치자금법은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과 정치자금 규제에 초점을 둔다. 선거공영제를 위해 선거비용보전제도와 정당국고보조금제도도 운영한다. 구체적으로, `소액다수기부주의`원칙하에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과 정치자금에 관한 부정을 방지하고자 한다. 또한 후원자에게는 세제 감면 혜택을 주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정치후원금센터를 통해 신용카드 포인트 기부제도와 스마트폰 정치후원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제도가 성숙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은 선거에 있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마구잡이식 정치후원금 모금행태, 지역적 편중성, 현직 프리미엄 등을 해소하는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이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형 개헌 등 여러 측면의 제도적 개선을 도모할 예정이다. 국민이 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임에 틀림없다. 투명한 정치를 만들기 위한 유권자의 자발적인 민주주의에의 투자가 필요하다. 유병선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박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