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봄은 국민들에게 가장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꽃다운 나이의 어린 학생들이 깊은 바닷속 어딘가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가 인재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국민들은 분노했고 3년이 지나 밝혀진 내용은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그 해 봄 세월호 사건은 대전지역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줄곧 높은 지지율로 앞서 가던 당시 집권여당의 시장 후보가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주춤했고 시장 선거 최초로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하는 이변을 낳았다. 민선 6기 시장에 당선된 권선택 전 시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이면서 야당 후보였던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를 따라잡지 못했지만 막판 지지율이 상승했고, 여당 후보를 앞지르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 시장후보 캠프를 출입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지역정가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역전승을 거둔 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민선 6기는 순탄하게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취임 한달이 안되서 지역정가에서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권 전 시장 선거사무소의 불법 선거운동이 그것이다. 소문은 현실이 됐고 선관위가 선거사무소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정가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의 칼이 권 전 시장을 직접 겨누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의 선거사건이 그렇듯 중간 단계에서 총대를 메는 측근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예상은 또 빗나갔다. 선거사무소 관계자가 구속되고 일부는 체포를 피하기 위해 도주하는 등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의 압수수색과 최측근들의 구속이 이어졌고 권 전 시장은 재판에 넘겨졌다. 기나긴 송사의 시작이었다. 1심, 2심 징역형에 첫 번째 대법원 선고, 파기환송심, 재상고, 대법원 확정 판결 등 임기 내내 재판이 이어졌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퇴장했다.

권 전 시장 입장에서는 일면 억울할 수 있지만 시민들과 시의 발전을 위해 다시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선장이 없는 배를 좌지우지 하려는 정치적 힘도, 공직자도 없어야 한다.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충격과 허탈함을 느끼는 시민들은 물론 시를 이끄는 공직자들도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을 맞이하듯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새로운 선장이 배에 오를 때까지 어둠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인상준 서울지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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