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관 대전행정부시장이 하루 아침에 시장 권한대행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제까지 유일 직상사였던 민선 단체장이 현직을 상실하는 `사변`이 발생하면서 앞으로 7개월여 동안 대전시정의 최고 책임자 지위를 승계했다. 당연히 책무성은 무거워지게 됐으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과 관련해 시청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중심적 인물이 됐다. 이 부시장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 수 없다. 수장이 부재한 대전시호(號)의 선상에서 7개월 항해를 지휘한 후 새 선장이 탄생하는 날 인계인수해줘야 하는 데 어깨로 느껴지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을 터다.

이 부시장에게 이말 저말 쏟아내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몇 가지 측면을 권고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우선, 공직사회를 상대로 분명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무색무취하게 그러면서 탈 안나게 제한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식으로 선을 긋는다면 온당하지 못하다. 비록 이 부시장이 선출권력은 아닐지언정 법적·제도적으로 시장 권한을 대행할 조건이 충족된 만큼 시민이익에 부합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법과 원칙, 그리고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한 양보하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 어느 정도 정무적 감각이나 근육을 키워야 하겠다. 시정이 잘 굴러가려면 원군이 많아야 하고 정치권의 지원사격도 불가피할 때가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정파적 경계를 의식하지 말고 행정논리로 소통하다 보면 당면한 현안사업들을 추진하는데 적잖은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비상한 대전시정에 적합한 일종의 `협의체 모델`을 구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기구 형태까지 띨 필요성은 없을 것 같고, 유의미한 자문 창구 정도를 모색할 수는 있을 법하다.

말이 나온 김에 이 부시장 신상 측면에서 사족을 붙이자면 혹시라도 공연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아울러 오직 행정관료로서 끝을 볼 요량이라면 정치적 유혹에 일절 흔들려서는 안된다. 충남 천안 출신인 이 부시장은 공직 이력 면에서 보직 경로가 괜찮다는 평이 나온다. 그런 데다 이번 권한대행 경험은 훗날 큰 자산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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