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무대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연극 `헤드락`을 공연할 때는 매번 공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극중에 밥을 먹게 되니 그럴 수밖에. 소품 중에 가장 까다로운 것이 음식이다. 보관과 조달이 번거롭기에 그렇다. 또한 공연 도중에 어두운 무대 뒤에서 밥상을 세팅하고 적절한 시간에 맞춰 국을 다시 끓여내고 어둠 속에서 밥상을 차려 노인처럼 들고 나와야 했다. 밥을 먹으며 대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기술이다. 가끔 드라마에서 식사를 하는 연기자들이 밥상머리에서 깨작거리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영화 속 식사 장면이 인터넷상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배우가 먹성 좋게 먹어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으니 흔한 말로 `먹방영상 짤` 형태로 돌아다닌다. 영화에서는 충분히 좋은 장면을 뽑아낼 수 있다. 환경이 좋으므로. 영화에서 식사 장면은 배우의 실수가 두렵지 않다. 다시 찍으면 되니까. 허나 무대는 조금 어렵다. 사래 걸려서 대사를 놓치면 상대배우가 호흡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우리는 매 공연 전에 밥을 하기 시작했다. 제작자와 배우, 스태프들이 조리기구와 반찬을 주섬주섬 챙겨왔고 나는 전을 부치고 다른 배우들은 국을 끓였다.

공연이 끝나면 연기가 아니라 물리적인 포만감으로 든든했다. 어느 구름에 비 들어 있을지 모르듯이 몇 번째 공연에서 실수가 터질 지 몰랐다. 하루는 밥상머리 장면에서 배우가 대사를 건너 뛰어버리는 바람에 시간을 조절하며 먹고 있던 배우 하나가 폭풍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여유 있는 대사 시간을 예상하고 식사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데 갑자기 장면이 끝으로 치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볼이 터져라 먹고 비져 나오는 웃음까지 씹어 삼켜야 했다. 순간 내가 대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저 배우의 입에 든 밥알이 언제 튀어나와 나를 저격할지,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멍해지던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노련한 배우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지만 말이다.

무대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결론 났다. 다른 사람들이 밥 먹는 모습과 돈 세는 모습을 엿보는 것이 실례가 되었던 옛날과는 다른 양상이다. 의식주 문화와 수면욕, 식욕. 성욕이 모두 무대에서 표현될 수 있는 시기에 이미 와 있는 것이다. 이시우 연극배우 겸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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