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키면서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귀가 무르익고 있다. 한국당은 이를 계기로 혁신을 꾀해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당으로선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구심점이 약화된 보수지지층을 응집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이를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출당을 주도한 홍준표 대표에 맞서 친박세력의 반발로 인해 내홍의 조짐이 역력하다. 친박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은 자신들을 몰아내려는 홍 대표에게 전면전을 선언했다. 본격적인 혁신을 시작하기도 전에 친박계의 반발에 부딪혀 있는 것이다.

한국당에서 친박세력의 존재는 양면적이다. 박근혜란 구심점은 잃었지만 여전히 당내 최대 정치세력이다. 당의 주요 기반인 영남에 뿌리를 두면서 보수층과 유대도 깊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은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에 원죄가 있음에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이 승승장구할 때는 그를 등에 업고 호가호위했지만 힘이 빠지자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서 숨을 죽이고 있다. 때문에 이런 친박세력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당의 혁신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바른정당 내 통합파가 친박 청산을 한국당 복귀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연유도 따지고 보면 그들의 구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해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빚어진 친박의 패권주의와 파당주의를 경험한 이들의 주장이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다 하겠다.

한국당이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구현하려면 보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의 잔재인 친박세력과의 과감한 절연이 필요하다. 한국당의 친박 청산은 인명진 비대위원장 시절엔 친박의 반발로 무위에 그쳤고, 이후 홍준표 후보 체제로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선 득표전략 때문에 무산됐다. 한국당이 새로운 보수의 희망이 되고자 한다면 단호함이 필요하다. 어쩌면 친박 청산의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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