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가정이란 없다." 그러나 형성과 발전 그리고 정체, 멸망이란 이 역사 과정은 인류가 걸어온 숙명의 굴레이다. 어느 민족이나 국가도 이 궤적을 크게 이탈 하지 않았기에 많은 역사가들은 팩트를 찾아 분석하며 가정이 아닌 경고와 깨우침을 기록하였다. 여기에 흔히 인용되는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경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얼마나 찾고 배우고 행동 하는가에 따라 한 나라의 국운이 결정되며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곤궁하거나 윤택해지기도 한다.

국운을 결정하는 것은 현재나 과거나 그 나라가 주도적으로 변화와 기술혁신을 실현하는 수준에 달려 있다. 13세기의 암흑시대를 거쳐 15세기 초 대항해 시대를 선도 했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전 세계를 양분하였다. 포르투갈은 그 땅덩어리나 인구가 한국보다 작고 자원이나 생산물도 빈약한 별 볼일 없는 나라임에도 당시 세계의 최강자였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그 배경은 역사를 앞서간 혜안의 지도자 엔리케 왕자에 의하여 훈련되고 양성된 우수한 조선과 해양 기술인력 덕분이었다.

그때 서양인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 동양의 향신료였으나 오스만 투르크(지금의 터키)에 의하여 정상적인 교역이 어려워지자 황금의 무게와 후추의 무게가 등가로 교환될 지경에 이르렀다. 포르투갈은 대서양을 앞마당으로 삼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 결사적으로 해양과 조선 기술을 발전시켜 제일 먼저 동양에 진출 향신료 교역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며 국력을 키웠다. 뒤이어 스페인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경쟁적으로 기술을 선도하며 세계적인 강국이 되었다. 후발 주자였던 미국과 일본은 재빨리 앞선 나라의 기술을 도입하여 국가와 사회 체제를 변화시키어 세계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앞서서 세계를 호령하였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금년 4월 각각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4000달러, 2만 6000달러로서 유럽의 변방에 머물고 있으나 후발 주자였던 영국 등은 1인당 GDP 3만 7000달러 이상으로 여전히 세계의 중심부에 있다. 영국은 해양 과 조선 기술로 축적된 부를 기반으로 18세기 후반에 증기기관, 방적, 방직, 기차 등을 만들며 산업혁명이란 기술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빨리 편승한 것이 오늘날의 선진국들이지만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은 유감스럽게도 한 번의 빠르고 달콤한 성공에 취하여 변화와 기술혁신에서 낙오되었다. 이는 역사의 경고와 깨우침을 잊고 미래를 대비하고 개척하지 않은 결과이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잘살아보자는 명확한 국가적 비전과 일관된 정치 리더십, 국민들의 강인한 뿌리 근성이 어울러져 `한강의 기적`이라는 영광을 이루었다. 헌데 문제는 이 기적이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처럼 그저 `역사의 영광`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사실 우리 1인당 GDP는 벌써 10여 년째 2만 달러 후반대(2017년, 2만9000달러)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력 산업인 조선, 화학, 자동차, 기계는 국제 경쟁력 우위를 잃어 가고 있으며 반도체와 휴대폰 정도에서 겨우 선방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진영 논리에 따라 심화되고 있는 정치권 이전투구, 갈라파고스화 된 극좌 노조의 득세, 이권화한 일부 시민단체의 갈등 조장적 행동, 격화된 빈부 격차, 정치적 변혁을 맞은 국민들의 불안감 등이 겹친 카오스적 상황은 미래 변화와 기술혁신에 대한 대비나 도전의 잠재력을 갈아먹고 있다. 그러나 한민족의 강인한 생존력과 영광에 대한 학습 효과는 정보화 기술을 뛰어 넘어 지능형 기술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렇지만 `제2 한강의 기적`을 위하여서는 국민 모두가 역사의 경고를 잊지 않도록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이는 막스 베버의 "정치는 제도를 만들고 제도는 국가를 지배한다"라는 명제에서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무엇보다도 국민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미래 발전 지향적인 정치 혁신과 제도 작동을 위한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김동회 호서대 기술경영전문대학 교수·충남도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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