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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깨진 유리창 이론'과 안전한 도시

2017-10-24 기사
편집 2017-10-24 15: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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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범죄 소식들은 우리들을 불안하게 한다. 최근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의 환경디자인을 바꾸어 범죄를 예방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범죄를 단순히 '가해자에 의한 불법적 행위'로 보던 전통범죄학과는 달리 환경범죄학에서는 '범죄발생 여부는 장소별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일반적으로 어둡고 한적한 밤거리를 지나갈 때 공포를 느끼지만 밝고 번화한 거리에서는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법무부가 가장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범죄 불안감을 많이 일으키는 장소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5.2%가 '어둡고 후미진 골목'을 꼽았으며, 25.8%가 '지저분한 거리'라고 답하였다. 이처럼 우리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그 장소가 제공하는 물리적, 상황적 환경단서를 통해 "여기는 안전한 장소이다" 혹은 "저기는 위험한 장소이다"를 판단한다. 이것은 범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범행을 저지를 때 이러한 환경단서를 적용한다고 한다. 범행 장소를 물색할 때 범죄자는 '어둡고 후미지며 지저분한 장소'를 선호하며 '밝고 깨끗하며 정리된 장소'를 선택하지 않는다.

환경을 바꾸어 범죄를 예방한 도시정책으로, 5년간의 '낙서 지우기' 캠페인으로 범죄율을 크게 줄인 미국 뉴욕시 사례가 가장 유명하다. 뉴욕은 1980년대만 하더라도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가 발생하던 도시였다. 1994년에 당선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깨진 유리창 이론'을 역설하며 지하철과 거리 담벼락을 가득 채운 지저분한 낙서들을 지우니 강력범죄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밝고 깨끗해진 도시 분위기와 함께 우범지대였던 할렘 지역의 범죄율은 40%가량 떨어졌고 지하철 내 범죄율은 75%정도 줄었으며 살인사건 발생 횟수도 절반으로 떨어졌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한 것으로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일대가 우범지대로 변한다"라고 주장한 이론이다. 말을 바꾸어 표현하면 "깔끔하게 잘 관리된 지역은 우범지대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줄리아니 시장은 이러한 이론을 뉴욕시에 반영하여 커다란 효과를 거둔 것이다.

도시의 환경을 조금만 바꿔도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여러 사례에서 입증되면서 세계 각국은 이 개념을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다.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기법을 '셉테드(CPTED)'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범죄예방 환경설계' 또는 '범죄예방 디자인'으로 불리고 있다. 범죄행위를 촉발시키는 환경단서를 제거하는 동시에 범죄가 형성될 수 없는 분위기의 환경으로 조성하는 것이 범죄예방 환경설계의 기본방향이다. 예를 들어 어둡고 후미진 골목에는 밝은 빛을 비추는 조명등을 설치하고, 깔끔하게 도색된 담장과 골목 곳곳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작은 꽃밭 등을 만들어 범죄를 자극하는 심리요소를 상당부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은폐공간을 형성하거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골목길 구조를 단순화 시키고, CCTV와 비상 벨 등 방범 시설의 위치가 눈에 잘 띄도록 디자인하여 주민들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공공건물과 상업시설에 투명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지하 주차장의 벽을 개방하고, 아이들 놀이터와 학교에는 낮은 조경수와 담을 설치해 상시 자연스러운 감시가 이루어지게 하는 방법 등은 범죄예방 환경설계의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범죄예방 환경설계에 대한 접근이 외국에 비해 다소 늦은 편이어서 2005년부터 경찰청에서 관련 지침을 배포하는 등 정책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하였다. 2015년에 '범죄예방 건축기준'이 고시 되었으며, 현재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60여 곳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는 2014년 조례를 제정하고 지난 6월 서구 윗둔지미 어린이공원·대덕구 대화동마을 등에 시범사업을 완료하였다. 내년에는 다양한 선도사업의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호순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셉테드가 적용되었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범죄는 우리 주변 환경을 가꾸는 사소함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진숙 충남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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