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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쌤의 교과서 밖 과학터치-'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2017-10-24기사 편집 2017-10-24 1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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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SCHOLAE, SED VITAE DISCIMUS'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공부한다는 뜻의 라틴어 문장이다. '라틴어 수업'(한동일·흐름출판)'에서 저자는 지식 그 자체가 학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천문학자는 우주를 바라보면서 우리가 사는 행성과 생명의 의미를 생각하고 겸손을 배운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카를로 로벨리· 쌤앤파커스)에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이라는 부제가 적혀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는 면에서 본다면 과학자의 사고가 철학자나 예술가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마스카와도시히데·동아시아)의 저자는 200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일본어로 연설을 했다는 사실과 함께 과학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일본에서 전쟁을 겪은 마지막 세대로서 이를 이야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그의 책에서 '과학자는 과학자로서 학문을 사랑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인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스승의 글귀와 실천적 노력을 함께 볼 수 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동아시아)'은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을 연구하는 학자의 이야기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큼 사람들이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보건학자의 길을 선택한 그가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지난 추석 연휴기간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많은 가정에선 '공부'를 둘러싼 전쟁이 되풀이됐다.긴 연휴 기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학원가는 추석특강으로 가장 바쁜 한때를 보냈고 집에서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부모님과 자녀들 이야기가 쏟아졌다. 휴일까지 집에서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 아이와 공부가 아니라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는데 게임이나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답답하다는 부모님, 차라리 학교에 가는 게 서로 속 편하다는 말에서 소통하기 어려운 벽이 느껴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읽어야 할 수많은 지문들 앞에서 아이들은 읽고 싶은 글을 찾지 않는다. 자유학기제, 창의적 체험활동이 아무리 잘 이루어진다고 해도 직접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는 한정적이고, 그마저도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에게는 먼 이야기이다. 하지만 다른 누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내 인생을 그리는 과정을, 그조차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리면 어찌해야 할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을 했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슴이 뛰는지 탐색해야 한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없이 나를 소개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없고, 치열한 고민 없이 쓴 글에서 진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목표가 의대인 학생들에게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물으면 대부분 쉽게 답하지 못한다. 쉽게 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동기와 목표가 없는 맹목적인 학습을 학고 있다는 느낌을 매번 받는 것은 교사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지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시험이 끝난 뒤나 휴일 등의 시간 만큼은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며, 과학 학습보다는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과학책을 찾아보기면서 미래를 꿈꾸어 나가기를 희망한다.

보문고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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