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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칼럼] 아무도 말하지 않는 한가지

2017-10-18기사 편집 2017-10-18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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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조정을 피로 물들인 4대 사화는 본질적으로 복수극이었다. 연산군 재위 시 무오사화(1498년)를 시작으로 명종 때의 을사사화에 이르기까지 훈구파와 사림파는 50년 가까이 정치 보복을 되풀이했다. 발생 배경은 조금씩 달랐고, 주로 사림파에 화가 집중됐지만 훈구파라고 온전할 리 없었다. 앞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 성종(재위 1469-1494년) 때는 두 파가 손잡고 '경국대전' 같은 기념비적인 편찬사업을 마무리한 바 있으니 군주의 정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준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평등선거 실시 후 뽑힌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아프리카민족회의 지도자로 반(反)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운동을 전개하다가 투옥돼 26년을 감옥에서 지냈다. 그는 대통령 취임 뒤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를 청산하고, 흑백갈등이 없는 국가를 세우기 위해 몸 바쳤다. 만델라는 보복 대신 관용과 통합의 길을 걸었고, ‘위대한 조정자’로 능력을 보여줬다. 인류는 1993년 노벨 평화상을 헌정한다.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하려는 지 묻게 되는 요즈음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그제 국무회의에서 “적폐 청산은 특정 세력이나 특정 개인을 겨냥한 기획 사정도, 보복 사정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불법 행위가 드러났는 데 묵인한다면 그것은 적폐를 누적시키는 매우 무책임한 처사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같은 날 문무일 검찰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전(前) 정부 10년치 적폐 수사 제한 없다”고 날을 세웠다. 급기야 국정감사장에선 여당 의원이 문화재청장을 향해 “적폐 청산하라고 청장 만들어줬더니…”라는 말을 토해 냈다. 아무래도 만델라의 길은 아닌 모양이다.

적폐 청산 대상은 박근혜 정부 차원을 넘어 이명박 정부를 겨냥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타이밍을 놓고 보면 역대 정권의 이전 정권 손보기와 닮은 꼴이다. 박 전 대통령에 묻힌 이 전 대통령 통치 시 비리가 줄줄이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사자방(4대 강·자원외교 ·방산 비리)뿐 아니라 정보기관 불법 정치 개입과 블랙리스트 같은 인화력 큰 사안을 파헤치다 보면 별건(다른 비리)이 적잖게 포착될 게 분명하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야권이라고 호락호락할 리 만무하다.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一家)의 640만 달러 수수 사건을 고발했다. 지난 2009년 검찰의 박연차 회장 정관계 로비사건 수사 당시 밝혀진 내용으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해‘공소권 없음’처분이 내려진 사안이다. 그럼에도 권양숙 여사 등을 재조사해달라고 나섰다. 국고환수 조치 요구와 더불어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 제기된 바다이야기 등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할 태세다. 여야가 내전(內戰) 상황으로 치달는 건 예고된 시나리오다.

적폐 청산 프레임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실종됐다고 하면 지나친 걸까. 제 갈 길을 잃고 미로를 헤매는 듯한 모습이다. 북핵 해법을 찾지 못하는 사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불과 1박 2일간 한국에 온다. 일·중에 끼인 일정으로 25년만의 국빈 방문이란 설명이 무색하다. 이게 대한민국 위상이요,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의 실상이다. 포퓰리즘은 넘쳐나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또한 심각하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정파나 당파, 계파를 떠나 어느 한쪽이라도 안보와 경제를 걱정해야 정상이다.

국제정치학자인 제니퍼 웰시는 ‘왜 나쁜 역사는 반복되는가’에서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 되는 게 아니라 현대적 변형을 통해 반복되고 있다”며 해결책으로 희생과 타협, 리더십을 꼽았다. 성종의 능력이나 만델라의 철학과 궤를 같이 하는 걸로 받아 들여진다.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 절실한 덕목은 조정과 타협이다. 누군가 정치 보복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발짝 이나마 앞으로 갈 수 있다. ‘한비자’에 “군주는 우(盂)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는 말이 보인다. 군주의 그릇이 바르면 물이 바르게 담기고, 그릇이 일그러지면 물도 일그러진다는 의미인 데 우리 지도자들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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