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충남 부여에서는 경찰 수사로까지 비화했다. 지난 8월 부여군 한 마을에서 주민 4명이 1t 화물차로 장의차를 가로막은 뒤 "마을 주변에 묘를 만들려면 5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유족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장례 절차가 늦어질 것을 우려해 350만 원을 건넨 뒤 묘소로 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장례를 마친 유족들이 청와대에 진정서를 넣었고, 결국 부여경찰서가 수사에 나서 법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매장 선호도가 높은 가운데 장묘 문화가 변화하는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폐쇄적인 농경문화가 남아있는 농촌 마을에 타지역 사람이 자기 땅이라는 이유로 매장을 하는 것에 대한 주민의 거부감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수십 년 동안 얼굴 한번 보이지 않던 이가 고향에 매장을 할 경우도 정서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안 그래도 주민들은 묘지를 마을공동체의 생활권역으로 인식하는 터에 관리 부실에 따른 무연고 묘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처지다. 그렇다고 일방적인 마을 발전기금 요구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사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장의차 통행료 갈등은 여기저기서 있어왔다. 경찰은 장의차 통행료 문제를 놓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장의차를 가로막고 돈을 받은 행동이 방해 및 공갈 혐의에 해당한다면 형법상 장례식 등 방해죄와 공갈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고인이라면 이런 다툼을 어떻게 생각할까. 오랜 관습과 현실이 부딪혀 터져나온 파열음을 보며 미풍양속을 떠올린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