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버지의 소개로 한 양로원에서 자원봉사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금요일 아침 커다란 스피커를 이끌고 도착한 그 양로원의 풍경은 어색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바른 자세로 나란히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계신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자 역시나 아무 감정이 없는 듯한 얼굴로 바라보시더니 이내 텔레비전으로 시선을 돌리셨다. 그 모습은 마치 전깃줄 위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참새들 같았다. 스피커를 설치하고 음악을 고르면서 도무지 어떤 음악에 어떤 춤을 춰야 할지 머리가 복잡해지면서 짚이는 대로 노래를 틀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참을 추고 나서 숨이 턱에 찰 때쯤 할머니 한 분이 신이 난다며 박수를 치고 있었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났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반대쪽 어르신 한 분이 눈물을 흘리셨다.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시선은 줄 곧 내 춤을 보고 계셨다. "너무 잘 한다", "재미있다"라고 하시며 눈물을 흘리셨고 이내 몇몇 분들의 눈물이 보였다. 바이러스에 전염되듯 흘리는 어르신들의 눈물이 괜스레 부끄러웠다. 나는 잘 추지 못했다. 내 춤은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날 나의 춤은 누군가의 눈물을 흘리게 할 만큼 많은 것들을 담아내지 않았다.

그렇게 공연을 마치고 건물 밖을 나서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오고 나서야 많은 생각들이 쏟아졌다. 그 분들의 눈물, 내가 춤을 멋들어지게 춰서 감동해서 흘린 눈물이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들을 위해 음악에 몸을 흔들며 몸짓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이미 큰 위로였던 것이다. 춤을 더 잘 추고 혹은 멋있는 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을 찾아와 바라보며 땀을 흘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현실 자체가 이미 어르신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야 문을 열고 나올 때 어르신들이 해준 말씀이 떠올랐다.

공연을 마치고 늘 듣던 관례적인 인사치레 말들 "잘 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멋있어요.", "감동적이 었어요"가 아닌 "고맙습니다"라고 하셨다. "고맙습니다." 이 한 마디에 한참동안 하늘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누군가에게 고마울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어르신들에게 위로를 드린 것이 아니라 위로를 받고 나온 것이었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 힘을 얻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들이 다시 한 번 생긴 것이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누군가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어 본적이 언제인가요? 서윤신 FCD댄스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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