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 대국을 시작으로 미국 최대 IT기업인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소식들, 3D 프린터 보급 등이 4차 산업혁명이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됐다. 올 초 대선에서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내걸은 4차 산업혁명을 신 국가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공약도 맥락을 같이한다.

`사피엔스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45개국에 출간된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책 `호모 데우스`를 최근에 내놓았다. 그는 책에서 불멸,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심이 인공지능, 나노기술, 유전공학 등 신기술과 결합할 때 `신과 같은 인간`인 호모 데우스가 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호모 데우스의 미래가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는 현재로써는 모른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1월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제로 새로운 기술혁명이 제기됐다. 그리고 그 해 4월에 `통합된 산업으로 해결책을 찾는다(Integrated Industry, Discover Solution)`는 주제로 개최된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의 단면을 보여 주었다. 여기서 4차 산업혁명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을 기존 산업에 접목함으로써 생산 효율성이 얼마나 크게 개선되고, 어떻게 부가가치가 높은 새로운 산업으로 완전히 변모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각 산업이 정보기술과 결합할 때 변화의 폭과 깊이는 가늠조차 어렵다. 따라서 다른 국가와 경쟁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총력적 대응이 필요한 위협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산업공정과 설비가 제각각 작동되며, 각 공정과 설비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발생되는 오염물질의 종류와 양이 달라진다. 최근 이슈가 된 미세먼지 중 많은 부분은 발생된 오염물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 화학반응을 통해서 새로 생성돼 배출된다. 사실 공정과 설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오염물질 농도를 알기도 어렵기 때문에 현재는 굴뚝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만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접목될 때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생산공정과 설비의 운전방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을 설치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으로 취합해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미세먼지가 발생되는 수준이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게 된다. 반대로 각 기업에서는 환경기준을 지키기 위해 산업공정과 설비의 작동방식을 최적화해 환경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대기질 수준을 정하고 공장을 설립할 때 대기질 수준과 각 산업공정과 설비가 연동하도록 설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 건강이 보호되는 것은 물론, 기업에서도 환경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환경산업은 기존의 방지시설 설치 위주에서 공장의 환경관리체계로 새롭게 변화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은 먼 미래의 일도, 남의 일도 아니다. 이미 대통령 소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업무에 착수했고 대전시 등 지자체에서는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금강유역환경청에서는 하수처리장의 각 처리공정에 사물인터넷을 설치하고 공정의 운영결과를 통계기법으로 분석해 최적의 운전조건을 도출하는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하수처리장의 각 공정에 맞는 사물인터넷의 표준을 설정하고 하수처리 운전효율을 분석하는 기법을 정립 하면 기존의 하수처리 기술진단업이 첨단 환경컨설팅 산업으로 변모되고 환경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류는 과거에는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였던 것을 점점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호모 데우스로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인 4차 산업혁명이 환경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첨단 환경관리기법을 통해 국민건강을 안전 하게 지키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 길은 당연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미래를 헤쳐 가는데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경용<금강유역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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