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최종편집일 : 2017-12-14 23:55

[데스크광장] 희망고문의 나라

2017-09-28기사 편집 2017-09-28 22:12:48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내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첨부사진1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희망의 성찬(盛饌)'이다. 모두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노래한다. 희망은 공약(公約)을 통해 표출된다. 출마자는 미래 청사진이 담긴 공약을 통해 지지를 호소한다. 유권자는 공약에 담긴 희망을 보고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한다. 출마자와 유권자간 약속인 공약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이유다. 공약은 출마자와 유권자 서로간의 신뢰이자 희망을 꿈꾸게 하는 원천이기에, 정책이라는 수단을 통해 반드시 현실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5월 9일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 역시 희망 속에서 진행됐다. 전 세계가 놀란 '촛불혁명'의 발화점이 된 직전 정부의 실정(失政)을 토대로 진행돼 그 어느 선거보다 안타까움이 컸지만, 미래 희망에 대한 국민 염원은 같았다. 아니 오히려 과거 선거에 비해 희망에 대한 기대는 더 컸다. 전 정부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고, 그것이 과거 청산과 변화에 대한 기대를 배가시켰다. 국민들은 그간 꿈꿔왔던 공약을 내놓은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고, 문재인정부를 탄생시켰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의 무게가 다른 대통령에 비해 더 엄중하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현실은 어떨까. 공약이 모두 잘 지켜질지에 대한 의문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원인 중 하나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들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대우를 받는, '차별의 우산' 속에서 눈물 흘리는 이들의 설움을 닦겠다는 약속으로 큰 지지를 받았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와 조화된 공약으로 정치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하지만 새정부 출범의 '1등 공신'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은 현재 다양한 논란만 초래하고 있다. '기회의 평등'과 배치돼 공채출신의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요즘엔 공약 현실화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현실의 벽' 또한 높아 보인다. 기간제 교사 문제만 봐도 그렇다. 교육부가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이 정부 결정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고, 일부 지역에선 삭발 등 과격 행동도 나타나고 있다.

행정영역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주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철폐에 나서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돈다. 각급 지자체에선 기간제 공무원의 정규직 전환 예산 확충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에선 내년 예산에 얼마를 반영할 지 또 어느 정도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지에 대한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내년에 기간제 공무원 되기가 '낙타가 바늘 구멍 뚫기'보다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내세웠던 대통령의 약속이 자칫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장밋빛 청사진이 가뜩이나 힘든 청춘의 어깨 위에 더욱 무거운 짐을 지우는 상황을 초래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 경제 공약의 토대가 된 담론 중 하나인 '소득주도 성장' 역시 희망을 절망으로 바꿀 여지가 있어 보인다. 소득이 성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 소득주도 성장은, 정부의 도 넘은 시장개입으로 인한 문제점을 불러올 가능성이 적잖다. 무리한 임금인상은 기업 경영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이 근로자의 업무 강도를 강하게 하거나 구직자의 취업장벽을 높이는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개연성이 높다. 이 같은 '소득주도 성장의 역설'이 현실화 될 경우, 서민의 생계부담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고 결국 단기적 소득증대가 장기적 저성장의 원천이 되는 상황까지 번질 수도 있다.

선거 과정 공약으로 표출된 희망은 더 나은 내일을 기다리는 소시민 삶의 원동력이다. 희망의 끝에 절망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거나, 희망의 메시지가 '뜬구름'이 된다는 것은 사실상 고문과 다름 없다. 더 이상 내일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는 누구보다 준비가 많이 된 대통령이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 진다. '희망 고문'의 시대, 문 대통령에게 마지막 한 조각 희망을 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희제 취재2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성희제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