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하게 시작했던 정유년의 봄과 여름이 지나갔고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대통령 탄핵인용이 있던 3월 10일, 모 업체에 의하면 이날 역대 최다 치킨 판매율을 갱신했다 한다. 정유년이 닭의 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좀더 파고들자면 정유년의 정(丁)은 붉은색, 유(酉)는 닭을 의미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붉은 닭의 해가 된다. 붉은 닭이라면 사실 치킨보다는 닭볶음탕이 더 잘 어울린다 할 수 있겠다.

닭볶음탕은 닭고기를 뼈 채 나눠 양념한 후 감자와 함께 끓이고 졸이는 우리의 요리다. 양념을 많이 쓰고 볶기 때문에 고아내는 닭곰탕과는 차이가 있다. 20세기 초 평양에서 유행한 도리탕이라는 음식에서 유래했다. 고춧가루 양념을 하진 않았지만 파와 후춧가루, 깨소금, 마늘 등을 넣고 만드는 음식인데 1970년대 들어 고춧가루, 고추장, 감자 등을 넣기 시작하면서 현재 우리가 즐기는 닭볶음탕과 비슷해졌다고 보면 되겠다. 원래의 이름은 닭도리탕이었는데 도리 란 말이 일제의 잔재라 하여 국립국어원에서 닭볶음탕으로 바꾸었다. 헌데 이에 대해선 반론이 있다. 닭`도리`탕의 도리가 새를 뜻하는 일본어 도리가 아니라 조각을 뜻하는 순우리말 `도리`란 것이다. 즉 순우리말대로 닭을 도려내 만든 탕이란 것인데, 요즘 들어선 이 의견에 힘이 더 실리는 편.

닭도리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닭을 토막낸 후 우유, 청주 등에 담가 비린내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닭을 대파와 생강 넣은 물에 넣고 반쯤 익히고 씻어 전분을 뺀 감자와 당근, 양파, 고추를 집어 넣는다. 그리고 닭을 꺼내 고추장 간장 마늘 생강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재워주고 양념이 충분히 베이면 처음에 끓이던 육수에 다시 넣고 계속 졸여주면 된다.

닭볶음탕과 유사한 세계요리로는 인도의 치킨커리, 이탈리아의 치킨 카치아토레 그리고 프랑스의 코코뱅 등을 들 수 있겠다. 들어가는 소스의 차이일 뿐. 치킨커리는 커리와 인도의 각 향신료, 카치아토레에는 토마토소스를 이용한다. 프랑스 요리로 유명한 코코뱅은 고추장 대신 와인소스로 닭을 졸여 먹는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닭은 타 육류에 비해 지방 및 콜레스테롤이 적고 칼로리도 낮기에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좋은 단백질원료가 돼 준다. 섬유가 가늘고 연하며 근육 속에 지방이 없기 때문에 담백하고 소화, 흡수가 잘돼 다이어트용 육류로 적합한 재료이다. 그리고 질 높은 단백질을 다수 함양해 어린이, 청소년의 성장과 두뇌발달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부위 별로 닭날개는 단백질, 콜라겐이 풍부하고 닭다리살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가슴살은 지방이 적고 맛이 담백하며 요즘 인기 있는 닭발엔 콜라겐이 듬뿍 들어있어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빠르게 부패하기 때문에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개봉 후 사용할 양을 제외하고는 즉시 냉동시키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살모넬라균에 노출되기 쉽기에 조리 시 높은 온도에서 완벽히 익혀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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