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현재 온난화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에 있다.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에너지 문제 해결은 용이하겠지만 온실가스의 발생으로 온난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원자력은 온실가스의 발생은 없지만, 폐기물이나 사고 발생 시 위험성 등의 문제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로 하며, 장기적으로는 대안에너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완전한 대안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문제와 온난화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꿈을 꿀 수가 있다. 그 꿈은 태양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별들을 빛나게 하는 핵융합에너지이다. 핵융합은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자연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 발생 현상이다. 태양도 핵융합에 의해 에너지를 우주공간으로 발산하고 있고 사람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의 에너지, 즉 태양의 핵융합에 의한 에너지를 이용해 생존하고 있다. 태풍이나 홍수 등도 근원적으로 태양의 핵융합에너지에 의해 기인되는 자연 현상이다.

이러한 핵융합에너지를 우리 현실생활에 활용하는 것은 단지 꿈일까. 영화나 소설에나 등장하는 단순한 상상의 대상일 뿐일까. 그렇지는 않다. 핵융합은 이미 현실에서 활용되고 있다. 단지 그 에너지 수준이 미미하거나 또는 과도하게 큰 양쪽 극단에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가 어려워 보일 뿐이다.

태양의 자연적 핵융합 이외에도 우리는 인공적 핵융합을 이미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다. 핵융합을 통해 고속중성자를 만들어 내는 소형 중성자발생장치는 이미 상용화 돼 연구용뿐만 아니라 비파괴검사, 자원탐사, 의료 분야 등의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소형 중성자발생장치는 중수소-중수소 또는 중수소-삼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고속 중성자를 발생시키는 장치로서 소형 핵융합로라고 볼 수 있다. 단지 발생시킬 수 있는 출력이 약 수 와트(W) 수준에 있고, 입력 대비 출력 에너지가 작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을 뿐이다.

또 다른 인공 핵융합 사용 예는 최근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뉴스에 자주 등장했던 수소폭탄이다. 수소폭탄은 수 TNT메가톤 이상의 거대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발생시키는 폭발적인 핵융합을 이용한다. 하지만 이 경우 제어되지 않는 초고밀도의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반응으로 인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에너지가 발생되므로 일상적인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한 예와 같이 핵융합은 현실에서 직간접적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이러한 인공 핵융합을 인위적으로 안전하게 제어해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핵융합에너지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태양을 모사하는 것과 핵융합(수소) 폭탄을 모사하는 방법이 있다. 태양을 모사하는 방식으로는 태양에서와 같은 초고온 플라즈마를 태양의 중력 대신에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어 두고 온도를 높여 지속적으로 적당한 량의 핵융합에너지를 얻어 내는 자기핵융합 방식이 있다. 반면에 핵융합(수소) 폭탄을 모사하는 방식으로는 중수소-삼중수를 담고 있는 수 밀리미터 크기의 극소형 캡슐을 레이저나 이온빔 등으로 폭발시켜 핵융합에너지를 얻어 내는 관성핵융합 방식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KSTAR라고 하는 자기핵융합 방식을 채용한 토카막 타입의 핵융합실험 장치를 건설해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핵융합 강대국 7개 나라(미국, 일본, 중국, 인도, 유럽, 러시아)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 KSTAR와 같은 방식의 약 27배나 더 큰 부피를 갖는 ITER라고 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를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다. 즉 핵융합에너지의 실현이라는 인류 꿈을 향해 범국가적으로 힘을 합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핵융합은 이미 현실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태양에너지, 소형 핵융합 중성자 발생장치의 산업적 유용성 및 수소폭탄의 위력을 통해 핵융합을 실제적으로 충분히 경험하고 목격하고 있다. 그러므로 더 이상 핵융합에너지는 단지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 있는 것이다. 결국, 핵융합에너지의 꿈은 이루어지게 될 것이며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 유석재 국가핵융합연구소 선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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