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7그랜드시즌 프로젝트대전4

오지희 교수
오지희 교수
지난 15일 대전예술의전당 2017 그랜드시즌 프로젝트 대전4 음악회가 KBS교향악단과 첼리스트 이상경의 연주로 무대에 올랐다. KBS 교향악단은 객원지휘자 여자경과 호흡을 맞춰 드보르작 슬라브 무곡 8번, 드보르작 첼로협주곡과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선정해 가장 화려한 드보르작 대표작으로만 프로젝트 시리즈 네 번째 공연을 구성했다.

오늘날 체코에 해당하는 보헤미아는 수 세기동안 오스트리아의 한 주(州)였기에 클래식음악의 변방이 아닌 활발한 중심지였다. 그렇기에 19세기 중엽 발생한 체코의 음악적 민족주의는 독일 기악음악과 이탈리아 오페라 중심의 서구음악 전통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그 중심에 드보르작이 있었다. 집시풍의 빠른 민속춤곡인 슬라브 무곡을 비롯해 미국 흑인영가와 아메리카 인디언 민요가 낭만적인 양식과 결합된 프로그램은 클래식전통과 민족적인 특징을 융합한 탁월한 체코 민족주의자인 작곡가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낸다.

첫 곡에서부터 박력 있는 리듬과 경쾌함으로 춤곡이 지닌 강렬한 임팩트를 보여준 KBS교향악단은 이어진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에서 협연자와 속도감을 음악적으로 맞추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그것은 지휘자가 충분히 협연자와 이상적인 울림을 조절할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상경은 첼로라는 악기를 어떻게 다루어야 온전히 소리가 나는지 아는 뛰어난 테크닉의 소유자이며 나아가 스케일이 큰 드보르작 음악양식을 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해야 돋보이는지 정교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작품에 내재된 민족적 정서와 서정적 아름다움을 풍부한 울림과 음악적으로 흐르는 선율로 표현한 이상경은 단연코 이번 프로젝트 대전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은 KBS 교향악단을 포함해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단체가 친숙하게 다룰 수 있는 핵심 레퍼토리이다. 예상했던 대로 무르익은 실력을 통해 완성도 높은 모범적인 해석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KBS교향악단 연주와 첼리스트 이상경은 대전출신 음악가가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 단체와의 협업으로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부여하고자 시도한 프로젝트 대전 음악회 취지에 가장 부합했다. 우선 여성 지휘자 여자경의 존재감이 강하게 부각됐고, 최근 몇 년간 축적된 KBS교향악단의 기량이 성공적으로 담금질되고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역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상경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명확히 드러냄으로써 빛나는 재능이 더 뻗어나갈 시점임을 각인시켰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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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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