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어제 대전에 와 각계 인사와 스킨십을 가진 데 이어 오늘은 천안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모양이다. 제도권 정당 대표 쯤 되는 인사의 지방 행차는 방문 지역 입장에서는 큰 이슈가 된다. 특히 안 대표의 비중은 여당 대표나 제1 야당 대표와 견줘 크게 뒤질 것도 없다. 원내 3당 수장이자 대권도전 이력이 있어 여론 주목도가 높을 뿐 아니라 그에 비례해 일거수일투족이 경우에 따라서는 큰 이슈가 될 수 있는 지위에 있다.

안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특장을 유독 충청권에 와서는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여러 이야기들을 쏟아낸 것으로 돼 있다. 제2 창당위원회 활동을 소개하는 한편, 지역 인재영입에 대한 전략적 고민을 드러냈고 원내활동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고 한다. 또 현 정부의 4차 산업혁명정책에 대한 우려감도 에둘러 표명한 것으로 돼 있다. 건건이 일리가 있는 말이고 경청할 만한 가치가 없지 않다 할 것이다. 하지만 대전 방문 자리에서 나온 이런 일련의 언급이 정치 분야와 관련이 깊은 사안들이고 사실 지역민들 귀에 쏙 들어오는 정책이나 현안과는 거리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름지기 대전 및 충남·북을 방문했으면 그 지역과 지역민이 갈증을 느끼고 그들의 가려운 등을 긁어 줄 수 있는 주제에 몰입하는 게 맞고 안 대표도 마찬가지 입장에 있다. 충청권 현안 문제는 깊이 공부하지 않아도 충분히 노출돼 있고 개별 사안에 대해 상황을 개선 혹은 호전시킬 수 있는 비전 및 의지 정도 내비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대전 상징탑 건립 여론과 관련해 국민의당이 적극 호응하겠다는 발언이 안 대표 입을 통해 나왔다고 가정하면 대전 발품의 절반 본전은 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당 대표가 아니면 담보하기 쉽지 않은 지역 맞춤형 정책·비전에 대한 방향성 설정이 불분명해 보였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라 할 것이다.

충청권 방문과 민심이 움직이는 것은 별개 영역이다. 안 대표의 경우도 지역 밀착형 이슈와 정책을 대강이라도 꿰고 왔더라면 다녀간 궤적이 더 깊이 파였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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