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에게는 풍뎅이 한 마리를 잡아주고 싶었다.

쉰 냄새 나게 반나절 구멍만 파던

상수리나무 삭정이에 숨어 버린 딱정벌레

생선가지 마루나무 깔깔한 잎사귀마다

햇살로 부서지던 어린 시절 내 꿈은

감꽃을 꿰어 누님 목에 걸어 주고 싶었다.

풍뎅이는 끝내 날아가 버렸다.

익을 대로 익어 버린 누님의 생각처럼

불어터진 석류가 아프게 몸을 쪼개고

갈라진 고요 속 숨 쉬는 자국들을 남기며

붉게 물든 감잎이 떨어져 내렸다.

숨 가쁜 그리움인 듯

억새가 하얗게 서서 마른 침을 삼켰다.

골방 칠이 벗겨진 거울 화장대 앞에서

감잎의 입술을 발라 화사해진 누님이

누우셨던 지난 밤 때 묻은 베갯머리에

흩어진 머리카락 한 올 짚어내지 못하고

강물은 그렇게 깊어가던 것을

말없이 돌아와 눈을 감으신

속눈썹 짙은 낮달 가을날은 저물어

장독대는 우리 어머니들의 한과 애정이 서린 장소. 어린 날 어머니가 보이지 않아 달려가면 거기 장독대에 고개를 박고 어머니는 된장 항아리 속을 들여다보고 계셨다. 간장 항아리 속에 비쳐진 구름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계셨다. 어머니의 그 눈빛 마음 빛으로 장독대는 그윽하게 깊어져 갔다. 그곳 그렇게 삭혀온 시간의 향기가 저녁 밥상에 구수한 된장찌개로 살아나고, 장조림의 곰삭은 간장 빛으로 살아나곤 했다. 어느 날부터 그곳은 늦은 나이로 시집 못 간 누이의 시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장꽝이라고 부르면 정감은 배가하고 그 절정은 가을에 왔다. 늦여름이 가고 산들바람 불기 시작하면 장독대의 가을은 무엇보다 먼저 붉게 붉게 물든 감잎으로 찾아온다.

이제 그 장독대는 날아가고 없는데. 그건 장독대만 날아간 게 아니라서. 시인의 장독대 추억은 누님에게 가 꽂혀 있는 듯하다. 누님에게 풍뎅이 한 마리 잡아 주고 싶고, 감꽃을 꿰어 목에 걸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풍뎅이는 끝내 날아가 버렸고. 어느새 붉게 물든 감잎만 떨어져 내린다. 그 사이 억새는 하얗게 서서 마른 침을 삼킨다. 어느 날 찾아간 장독대에 누님은 떠나고 항아리 위로 하릴없이 감잎만 한 장씩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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