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능리 1345번지

맑은 공기, 푸른 바다, 너른 숲, 기분 좋은 바람…. 같은 하늘 아래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제주에 오면 `한 번쯤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다 겨울의 동백, 봄의 유채, 여름의 바다, 가을의 바람을 핑계 삼아 사계절 내내 제주를 들락거리다 보면 `한 달쯤 살아 볼까?` 하고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 역시 그랬다. 시작은 어떤 치밀한 계획 아래 제주에서 꼭 살겠다는 마음으로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서른이 되기까지 제주에 와 본 경험이라고는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전부였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재방문한 이후 횟수가 1년에 한두 번,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점점 잦아졌고 결국 `제주 한림읍 금능리 어느 골목 끝에 집`을 얻게 됐다.

도시의 각박한 삶이 아닌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기 원하는 젊은 층의 움직임으로 몇몇 도시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바로 제주도이다. 현재 제주도는 `한 달 살기 프로젝트`가 콘텐츠화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최근 JTBC의 `효리네 민박`으로 제주살이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높아진 상황이다.

저자는 한 달에 10일은 민박집 주인, 20일은 싱어송라이터로 살며 출근도 퇴근도 없는 곳에서 누구나 한 번쯤 살아 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다. 책에는 제주에 터를 잡고 살기까지의 일련의 과정, 그곳에서 펼쳐지는 다큐 같은 삶의 기록, 제주 감성이 묻은 사진이 일기처럼 담겨 있다. 그러면서 독자로 하여금 꿈만 꾸던 제주살이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하며 그곳으로 한 발 더 다가가게 한다.

저자는 제주도에 내려와 살게 될 경우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게스트하우스, 민박 등의 숙박업이라고 꼽았지만, 현재 한 달 중 10일은 민박집 주인으로 20일은 싱어송라이터로 출퇴근 없이 살고 있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고 싶었던 일`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면서 말이다. 이호창 기자

전찬준 지음/ 팬덤북스/ 308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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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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