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전 헌재소장 카드 불발로 정국이 난기류에 빠진 가운데 여당과 국민의당 간에 책임론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여당이 받은 충격파를 방증하듯 어제도 추미애 대표는 물론이고 우원식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 입에서 국민의당을 성토하는 발언이 봇물을 이뤘다.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처럼 부결 책임을 덮어쓴 꼴이 된 국민의당 역공도 녹록지 않다.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번 결과는 인사 난맥과 독선에 대한 경고"로 규정한 뒤 "의원 개개인이 신중하게 고뇌에 찬 투표를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소장 공석이 길어지고 게다가 8인 헌법재판관 체제가 해소될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점에서 임명동의안 국회 부결 사태는 엄중하다. 엎질러진 물이고 상황을 되돌리지는 못하지만 차라리 본회의 상정을 늦춰 잡느니만 못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표결 결과는 여당이 다당제 국회지형에서 대야전략 부분, 협치 견인 문제 등에 대해 나름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봐도 과잉해석은 아니다. 관점을 달리하면 이번 사달과 관련해 여당이 특정 야당 비난에 열을 올리고 평가절하하는 게 올바른 것인지 따져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여당은 국민의당을 정서적, 진영논리적 사고로 접근하려는 경향을 띠어 온 게 사실이고 그러다 보니 헌재소장 동의안도 무난히 가결된 것으로 믿었던 듯하다. 문제는 그런 태도와 대야전략은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표결 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따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국민의당이 역으로 그 점을 증명해준 셈인데 이를 무조건 탓 할 수만도 없고 그래서도 곤란하다. 국민의당은 엄연한 원내 3당이고 또 정책, 가치, 노선 등 면에서 여당과의 교집합 크기에 기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는 공당인 까닭이다.

여당이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더라도 이를 밖으로 표출할 때는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한 녀석만 팬다는 식으로 삿대질과 거친 언사를 주고 받아봐야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여당이 야당과 등지면 협치의 동력만 소진되고 나중에 복원하려면 갑절로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