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간의 욕구와 비일상의 미학으로써 축제를 만들고 그를 통하여 즐거움을 얻는다.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인간 개체와 사회의 심리적 표현은 일시적 시공간을 창조하며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표현의 방식이 놀이하는 인간들, 즉 호모루덴스(Homo Ludens)에 의해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호이징가(Johan Huizinga)에 의해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된 호모루덴스는 축제(祝祭, festivals feats)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간 개체와 공동체가 성스러운 존재와 만나는 의식을 치러내고 있다. 이러한 것에 대해 호이징가는 성스러운 행사는 외견상의 현실화 이상이며 상징적 현실화 이상의 것으로 설명하고, 신비적 현실화로 표현했다. 즉 신비적 현실화는 그 속에서 보이지 않고 표현되지 않는 어떤 것들이 아름답고 실재하는 신성한 형식을 획득하도록 해 주는데, 그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의식행위가 확실한 축복을 현실화 시키며, 그들의 일상적인 삶 속의 질서보다 더 높은 질서를 가져다 줄 것임을 확신토록 해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표현에 의한 현실화는 모든 면에서 볼 때 여전히 놀이의 형식적인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김창수, 2016).

필자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축제라는 놀이 의식을 학습하는 동안 축제라는 것이 제한된 공간 속에서 환희와 자유분위기를 허락받은 것이고, 또한 제한된 공간 속에서 긍정적으로 허락된 성스러운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바깥세계에 빛을 던져 주며, 다시 신성한 놀이철이 돌아올 때까지 그 의식을 집행한 집단에게 안녕과 질서를 약속해 주는 것이다.

케레니(Karl Kerenyi)에 의하면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에 살고 있는 코(Cora) 인디언은 옥수수 속잎이 돋아날 때와 익은 옥수수를 불에 구울 때 올리는 성스러운 축제를 그들의 최고신의 `놀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듯 축제는 일상의 욕구에 대한 비일상의 의식적 놀이이며 유희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축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이나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으로 보고,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놀이를 추구하는 것이며 인간의 모든 행위는 결국 축제에서 나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명나는 축제가 삶을 새롭게 충전해주고, 축제의 기억이 일상의 에너지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원론적인 축제의 개념을 정리해 볼 때 울타리가 처진 축제라는 공간에 이름이 명명되고, 축제가 치러진 다양한 주제들은 축제하는 인간들 다수의 기억 속에 대표적으로 남을 수 있어야 한다.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그 색깔과 방향을 잃어버린 우리의 축제와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허락된 공간도 이제는 단지 지자체장의 과시형, 전시형 축제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며, 또한 도시나 지역의 금전적 소득에 급급한 나머지 그 나물의 그 밥, 판박이, 붕어빵 등의 오명의 동네잔치가 아니라 지역의 대표성을 가지고 지역주민과 관광객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결속력을 주는 진정한 놀이마당이 되어가길 희망한다.

축제는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 일상의 습관과 규칙, 그리고 타성을 벗어나게 하는 창조적 행위이다. 때문에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축제 속에 과거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의 영상과 상징·상상을 동원하기도 한다(Duvignaud, 1998).

이달 한달여간 대한민국에서는 650여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개최된다고 한다. 필자가 사랑하는 대전에서도 다양한 축제가 기획되고 있고, 2017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유망축제인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국내 유일의 성씨를 테마로 조성된 뿌리공원 일원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축제하는 인간(Homo Festivus)이며 호모루덴스는 부탁한다. 지역축제가 부디 누구 한사람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바라고 바란다. 더불어 이제 진정한 여가와 삶의 향유에 눈을 뜨기 시작한 우리에게, 우리의 삶의 공간을 어떠한 인생의 축제로 채워나갈지 기쁘게 상상해 볼 때이다.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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