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파일에도 버킷리스트가 백개는 넘게 적혀 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신의 버킷리스트에는 어떤 목록들이 있을까. 2007년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리스트`가 나온 뒤에 우리나라에서도 20대의 젊은 여성이 버킷리스트 목록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녀는 인도의 영화에 출연하고 부모의 집을 지어주는 일들을 해낸다. 리스트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의연하게 늘어가고 있었다. 어느덧 몇 십개의 목록들을 지워야만 다음 번호로 넘어가 집중할 수 있는 삶으로 변해가던 중인 것이다. 그런 모습들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지점이 있었다. 1번 다음엔 2번으로 그 다음엔 3번이다. 3번을 지워야만 4번으로 넘어갈 수 있는 티켓이 생기는 것처럼 구조화 되어 버린 삶이 행복할지 물음이 생겼다. 물론 계획적인 삶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밝힌다. 단지, 행복하려고 만들었던 버킷리스트가 `행복해, 행복해, 행복할거야, 행복해야 해` 하고 `뇌새김리스트`로 변질되는 계단이 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목록을 지우는데 치중하기 보다 내가 왜 그런 목표를 정했는지 들여다보고 그 과정을 오롯이 즐긴다면 뒷 번호 몇 개 정도야 남겨 두어도 또 어떤가.
얼마 전 초등학교에 강의를 나갔다가 3학년 아이가 쓴 시를 보고 눈물을 왈칵 쏟은 기억이 난다. `우리 엄마는 예쁘다/ 나는 오빠 전화기로 엄마를 본다/ 나는 우리 엄마를 실제로 보고 싶다/ 멀리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기 때문이다`
노래로 만들어진 아이의 시는 앞으로 어린이 시를 논할 때 좋은 본보기가 될 예가 되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절하기 때문이다. 소원은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꼭 이루어지지 않아도 된다.(아이의 소원은 꼭 이루어지면 좋겠다.) 그 과정이 나와 주변에 어떤 의미가 되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할 일이다. 유하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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