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8일 남재철 기상청장과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당일 2차로 발생한 함몰지진의 늑장 발표와 관련, "미숙한 대응과 기관 간 혼선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는 이유다. 사실 이 총리의 `군기(軍紀)`잡기는 이 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강하게 공개 질책했다. 지난달에는 `제2차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를 주재하면서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행정안전부를 따끔하게 혼냈다. 사안 모두가 공직자의 안이한 문제 의식과 느슨한 기강, 전문성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꺼림칙한 건 한결같이 안보와 건강처럼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북 6차 핵실험 당일 함몰지진의 경우 기상청은 이틀이 지난 6일에야 발표했다. 중국 측이 핵실험 당일에, 미국 측이 다음 날에 발표한 것보다 크게 뒤처진 것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이 4일 오전 함몰 추정의 지진 발생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 때 국민에게 알리지 못한 속사정이 기관 간 엇박자 탓이 아니었는 지 의구심이 든다. 총리에게는 물론 국회 상임위에서 살충제 달걀 파동과 관련해 동문서답한 류 식약청장의 자질과 능력에 의문을 품게 된 것도 다를 바 없다. 국민의 실망과 불안감은 이 총리의 문제 의식 보다 훨씬 심각함을 알아야 한다.

새 정부가 정권인수위원회 가동이라는 준비 기간 없이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어렵사리 국정 운영의 큰 틀을 짠 만큼 차질없는 추진으로 국민을 편하게 해줘야 할 중대한 시기다. 안보 위기와 경기 침체 이외에도 여러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혼선과 난맥상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가 된 기관의 업무 전반을 촘촘히 재검검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무엇보다 공직기강부터 다잡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혼줄 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직자 스스로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심기일전하고, 절치부심할 일이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