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노후 대책을 위해 연금 보험에 가입하듯 각종 재난 발생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프레퍼족`들이다. 프레퍼족은 재난이나 재앙이 닥칠 것을 우려해 일상생활 중에서 생존을 위해 대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준비를 뜻하는 `prep`에 사람을 나타내는 `er`을 붙인 합성어다.

프레퍼족은 미국과 영국에서 종말론과 경제 대공황이 확산되던 1929년을 전후로 처음 등장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기였던 1950년부터 1960년대다.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 위기가 높아지자 일부 사람들이 대피시설을 짓고 비상식량을 비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밀레니엄 버그로 인한 전산 장애로 전 세계가 위험에 빠질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면서 재차 주목받았다.

최근 2010년을 전후해서는 지진이나 허리케인,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재해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또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위기 대응 정보나 생존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들은 평소에도 비상용 로프나 물, 정화제 등 생존도구를 지니고 다닐 정도로 언제나 재난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 미국에는 프레퍼족이 약 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2014년 기준 약 1만 명 정도의 프레퍼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프레퍼족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유명 재난대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회원수가 2만 명에 달하고 하루 방문자 수도 4000명이 넘어설 정도라고 한다. 이들은 궁극적인 목표는 재난 발생 시 국가의 도움을 무작정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의 위기 대처 시스템을 신뢰하기보다 불신한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국가는 재난 상황 발생 시 발 빠르게 대처하고, 확고한 대응 체계를 마련해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노력에 더 앞장서길 기대한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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