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상담 중에 한 어머니는 아이가 성적이 좋지 않아서인지 학교에서는 주눅이 들고 공부는 점점 더 멀리하려 하고 매사에 의욕을 잃어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공부를 시킬수록 공부에 대한 의욕을 잃어 가고 무기력해지는 아이를 보며 그만두고 싶다가도 그렇게라도 안 하면 아예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 답답해 했다.

성적서열화가 중심인 교육 환경 속에서의 많은 아이들은 자기 효능감을 느끼기 어렵고 학습에 대한 의욕은 꺾이고 만다. 특히 학습에 뒤처진 아이들에게 동기부여 없는 학습의 반복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를 만성화시키고 학습에 악순환을 초래한다. 결국에는 아이들이 무기력해지고 급기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발달 측면에서 볼 때 당장의 학습내용을 따라가는 것보다 학습의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기주도성이나 창의성은 교과학습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태도라 할 수 있다. 태도는 훈련을 통하여 몸으로 경험을 해야 가능하다. 당장의 학습내용을 따라가다가 자기주도적 학습태도를 잃는 것은 본말전도라 할 수 있다.

태교에서부터 만 2세까지는 애착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알려져 있다. 애착이 잘 형성되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준다고 한다. 그 후에 걷고 뛰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면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움직이면서 배워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기가 선택과 결정을 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자기주도성을 몸에 익혀간다. 이 과정에서 동기와 성취를 관장하는 도파민 회로가 형성되어 간다. 이러한 훈련은 학습의 선순환을 유지시켜 준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학습동기가 사라지면 학습활동은 극심한 스트레스가 된다. 성장기에 이러한 학습패턴의 반복은 두뇌건강을 해쳐서 학습뿐만 아니라 삶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게 된다.

아이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또 가야할 방향도 다르다. 그 아이에 맞게 학습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학습의욕을 가지고 삶의 주도성을 잃지 않도록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삶의 주도권 회복은 교육의 전제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상열 두뇌학습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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