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지난 2일 오후 3시 55분께 천안-논산 고속도로 상에서 발생한 8중 추돌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이 하루만에 공개됐다. 영상에 담긴 사고 순간 장면은 끔찍했다. 50대 기사가 몰던 고속버스에 앞서 달리던 SUV차량 산타페가 후방 충격으로 뒷좌석과 트렁크 부분을 포함해 차체 절반 가까이 뭉개졌고 이 바람에 산타페에 타고 있던 40대 부부가 절명했다. 사고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강한 충격을 받은 산타페가 앞서 주행중이던 승용차를 재차 들이받는 등 8중 연쇄추돌 상황으로 이어졌다. 숨진 부부는 말할 것도 없고 9명이 크고 작은 상해를 입었다고 한다. 사고 현장이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을 것이고 사고 발생 5㎞ 구간에서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을 빚는 등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고 조사중인 경찰은 고속버스 블랙박스 영상 등에 대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버스기사의 졸음운전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는 당시 상황이 기억에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달리는 버스가 속도를 줄이지 못했으며 또 그런 증거가 나오지 않은 데다 그대로 전방 주행 차량을 들이받았다는 것은 곧 가해 버스 운전자가 졸음운전했음을 보여주는 `역(逆)증명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속도로 상의 졸음운전 사고는 드물지 않다. 지난 7월 9일 서울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만남의광장 휴게소 인근 사고 때도 다중추돌 사고로 번져 큰 인명피해를 본 적이 있다. 또 이번 천안-논산 고속도로 사고가 난 날 저녁에도 경기도 오산 경부고속도로 오산IC 진출입 램프에서 버스기사의 졸음운전으로 5중 추돌사고를 야기하는 등 빈도가 잦아지는 추세에 있다.

경찰은 졸음운전을 두고 `도로위의 시한폭탄`에 비유한다고 한다. 표현 그대로 하시라도 터지게 돼 있는 폭탄이라는 뜻이며 게다가 그 위험천만하다는 과속운전이랑 비교했을 때도 위험도가 2.4배에 달한다면 `치명적인 살상무기`로 간주해도 틀리지 않는다. 차제에 관련 법규를 손질해 졸음운전을 강력히 `구축(驅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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