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2명 발병 흔한 질병

푹푹 찌는 무더위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천고마비나 단풍 등 단어에서 연상되는 풍요로움과 아름다움 혹은 추석에서 연상되는 결실의 즐거움과 여유이다. 하지만 낙엽이나 가을 남자와 같은 다른 느낌의 단어도 있다. 가을남자는 코트 깃을 높게 세운 우수에 젖은 남자가 연상된다. 계절 변화에 따라 기분이 변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 이기도 하다. 기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울증에 대해 조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우울증이란= 우울증은 정신장애 중에서 가장 흔한 질환으로, 열 명 중에 두 명이 앓을 정도로 많이 발병한다. 여자는 남자보다 두 배 정도 더 많이 발병한다. 하지만 우울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여러 가지 삶의 사건이나 오랜 기간 동안 받아온 스트레스가 뇌신경체계의 변화를 초래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으며 특히 아동기에 겪게 되는 상실의 슬픔이나 배우자의 죽음, 이별, 실패와 같은 여러 사건이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조량의 변화에 따른 생체리듬의 변화가 있을 때, 불면증과 같은 수면의 변화가 있을 때에도 뇌의 활성 물질의 변화를 초래해 뇌의 활기가 저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뇌 활기의 저하가 지속될 때 발생하는 병이 우울증이다.

◇우울증의 증상=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울적하고 외롭다고 느끼며 괜스레 눈물이 나는 공허한 감정을 경험하며 삶의 의미를 잃어간다. 그러다 보니 주변 상황에 대해 흥미를 잃고 즐거움이나 재미가 없어지고 일에 의욕이 없어져 모든 것이 귀찮고 힘들게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흥미나 의욕의 감퇴가 생기면 스스로를 게을러졌다고 평가 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또 판단 능력의 왜곡이 발생하게 되는데 자신과 주변 상황에 대한 평가나 미래에 대한 예측을 부정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가치가 없는 사람이며 남들에 비해 열등하다고 생각 하거나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데 자신만 유달리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며 살고 있다고 느끼는 경향이 많다. 이 때문에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 보다는 미래에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 같은 불길한 예측에 휩싸이게 된다.

이렇게 희망의 끈을 놓으며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것이 좋을 것만 같아 자살에 대한 상념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생각의 변화를 인지왜곡 증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면 주위에서 하는 말도 부정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별 것 아닌 말에도 서운함을 느끼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져서 성격이 나쁘게 변했다고 자책을 하기도 한다.

◇나이에 따라 다른 증상의 차이= 우울증은 나이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노년기에 나타나는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을 호소하기 보다는 신체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검사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도 삭신이 다 아프고, 아픈 곳이 돌아다닌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장애를 많이 호소하여 치매가 걸린 것 같다고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기에 생기는 우울증은 반항 하는 모습으로 많이 표현된다. 학교성적 저하, 무단결석, 외박, 문란한 성적 행동, 분노폭발, 거부적 태도 등이 대표적인 행동 변화다.

그런데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반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대부분은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이 힘드니까 마음이 쳐질 뿐이라 생각하면서 자신의 변화를 무시하면서 지낸다. 남들도 다 힘든데 괜히 투정 부리듯이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며 애써 노력하기도 한다. 기분의 변화를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긴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울증이 가벼울 때는 적절한 심리적인 지지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스트레스 상황을 변화 시키거나 감정의 적절한 표현 역시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울증상이 심할 경우엔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뇌 기능의 저하가 지속돼 발생하는 것이므로 심리적 지지와 더불어 뇌 활성의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예방=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개인마다 처한 스트레스 상황과 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자신에 맞는 대응법과 해소 방법을 개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운동과 같은 적절한 신체 활동을 통해 활력을 유지하기, 심리적인 유대를 할 수 있는 사람과 소통하기, 규칙적인 식생활과 수면 패턴의 유지와 같은 안정적인 생활습관 지키기 등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유지하는 것이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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