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술의전당 '대전국제음악제' 리뷰

오지희 교수
오지희 교수
지난 11일부터 열흘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 제17회 대전국제음악제가 20일을 끝으로 성대한 축제의 막이 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과 대전실내악축제에서 대전국제음악제로 이름을 바꾼 첫 해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음악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열기는 높았다.

16회까지 진행됐던 대전실내악축제와의 차별화는 장르의 다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클래식음악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을 지닌 실내악은 섬세하고 정교한 장르적 특성으로 작곡가들과 전문연주자들의 찬사를 받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전국제음악제는 이야기가 있는 오케스트라 음악과 해설이 있는 콘서트 오페라와 같이 기존 실내악 장르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시도했다.

통상 이름을 바꾸는 것은 더 나아지기 위한 몸부림이고 이번 무대는 페스티벌이 나아갈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대전실내악축제의 정체성이라고 할 실내악이라는 구심점을 버리고까지 추구한 첫 번째 대전국제음악제가 오히려 고유한 특성을 규정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아이러니컬하다. 다시 말해서 대중은 듣기 편한 프로그램에 환호하며 클래식음악에 대한 호응을 여지없이 드러냈지만, 품격을 지닌 예술을 대전에서 16회 동안 이끌고 왔던 옹골찬 자존심과 자부심을 이번 국제음악제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젊은 연주자들이 넘쳤지만 전반적으로 레퍼토리는 가벼워졌고, 명성에 비해 충분한 준비 없이 무대에 올라 이름값을 제대로 못한 음악가는 과거보다 더 자주 눈에 띄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국제라는 스스로 선택한 명칭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데 있다. 대전국제음악제가 진정한 국제적인 음악제가 되려면 권위를 갖춰야 하고, 역설적으로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인기 있는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관계를 통해 선택된 자만이 무대에 설 기회를 갖는다면 흔히 볼 수 있는 국제라는 명칭을 지닌 상업적인 이벤트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 대전국제음악제는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입었다. 음악제의 발전은 결국 콘텐츠가 입증하기에 누구나 인정하는 대전을 대표하는 국제음악제로서의 당당한 위상을 갖추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비록 제17회 대전국제음악제가 이름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지만, 클래식음악의 외연을 넓혀 관객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조차 평가절하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