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지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란 소설이 있다. 18세기 중엽 친구의 약혼녀를 사랑한 베르테르가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에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부녀에 대한 막연한 사랑과 실연에 의한 자살이 만연해진 탓으로 몇 몇 국가에서는 이 소설을 판매 금지 시킨 일도 있다. 유명인의 자살 후에는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모방 자살을 했는데 이것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한다.

2017년도를 기준으로 하루 평균 자살자 수가 40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우울증의 영향도 있지만 물질적 고통이 그들을 자살로 내모는 경우가 많다. 해가 갈수록 자살자가 늘어나는 현실은 그만큼 복잡한 사회 속에 내재된 병리현상이 심각한 탓이기도 하다. 자살은 먼 데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우 노인이 자살에 실패해 차디찬 병실에 누워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내를 당뇨병으로 잃고 자식의 빚까지 떠안아 마음고생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우 노인이 아니더라도 요즘 자살을 하는 노인들이 꽤 늘어났다. 대부분이 병과 고독, 생활고에서 오는 고통이다. 몸이 늙게 되니 병이 들고 출가시킨 자식들도 집에 잘 찾아오지 않으니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간다. 거기에다 생활고까지 겹치니 마음속에 자살이란 극단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은 배를 굶으면서도 한 평생을 자식에게 몸 바쳤던 희생이 결국에는 자신의 목을 옥죄는 형벌로 돌아오고 말았으니 자식이란 노인들에게는 떨쳐내지 못할 짐 덩어리나 다름없다.

오래전 입적한 법정 스님은 `오두막 편지`에서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법문집 `일기일회`에서도 현재 살고 있는 동안의 `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삶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행복도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에 대한 해답은 제 스스로 찾는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단순히 신앙적인 차원을 떠나 죽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면 의외로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에 행복과 불행도, 기쁨도 슬픔도 있는" 것이다. 여하튼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우 노인의 쾌유를 빈다. 유진택 시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