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세종시 행정수도론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후폭풍이 거세지자 이 총리 측은 민심 동향을 전달할 것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에 나섰으나, 실질적으로 개헌을 주도해야 할 총리로선 부적절한 발언이자 미흡한 해명이라는 비난이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 총리는 지난 20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추진될 개헌안에 수도규정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도 (수도는) 관습헌법이라고 했다. 국민 마음속에 행정기능의 상당 부분이 세종으로 가는 것까지는 용인하지만, 수도가 옮겨가는 걸 동의해줄까 의문"이라고 답했다.

이는 세종을 행정수도로 완성시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상충되는 발언인 동시에 분권균형발전을 염원하는 민심에도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세종의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고, 국민동의를 전제로 개헌을 통한 청와대와 국회의 세종시 이전까지도 약속했었다. 또 충청 민심뿐만 아니라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염원하는 상당수 국민들이 상징적 차원에서 헌법에 행정수도를 명문화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 정세균 국회의장실에서 개헌을 통해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대한 여론조사결과 전문가 집단에선 64.9%, 일반 국민에선 49.4%(반대 44.8%)가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총리의 발언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 했다는 지적이 크다. 개헌을 위한 국회 개헌특위의 여론조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정 2인자의 이 같은 발언은 가이드 라인을 치려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나아가 새 정부의 국정철학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개헌특위 위원인 한국당 정용기(대전대덕) 의원은 "(이 총리) 본인이 문재인 정부를 대신해 총대를 메자는 것인지 정치적 의미는 모르겠지만, 이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며 "무엇보다 개헌특위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총리가 선을 긋는 듯한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세환 국민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은 "뜬구름과 같은 여론조사 수치에 취해 국민과의 대선 공약마저도 헌신짝처럼 차버리는 문재인 정부를 언제까지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제라도 청와대를 포함한 행정수도의 완성을 위한 대선공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새 정부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사태가 확산됨에 따라 총리실은 21일 입장자료를 통해 "민심의 동향을 말한 것이며, 수도 이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실질적으로 개헌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리로서 이러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과 해명은 전혀 적절치 못하다"며 "민주정책연구원이나 국정자문위의 제안보다 더 전향적인 비전이 담겨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정부부처를 세종시로 옮겨 행정수도 기능을 옮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분권균형발전의 상징적 공간인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헌을 통해 명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곽상훈·송충원·인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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