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할이 갖는 의미는 얼마나 될까. 경우야 어쨌든 전체 중 10분의 2, 즉 20%를 넘지 못한다. 과하게 말하면 `빙산의 일각`이라 할 정도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2할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귀착된다. 그렇다면 `2할 자치`는 어떨까. 역시 비중이 작아 제역할을 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말 뿐인` 자치 밖에 할 수 없다는 것. 사실 2할 자치란 말은 우리 지방자치에 대한 자조(自嘲)이자 비아냥이다. 지방자치를 시작하고 성년에 해당하는 20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힘도 없고 역할도 못하는 현실에 대한 탄식이다.

자조적 언어지만 2할 자치란 말은 설득력이 있다. 지방자치의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아냈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리의 지방자치는 `말 뿐인` 자치다. 책임과 권한이 모두 중앙에 집중돼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릴 수 없을 만큼 토양이 척박하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보자. 8대 2 정도로 나뉘어져 있어, 지방은 자치를 실현할 수 없는 구조다. 비단 재정만이 문제가 아니다. 입법, 조직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방은 소외되고 외면받고 있다. 국가의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돼 한쪽만 성장하는 기형적 모습을 갖고 있단 얘기다.

기형적 구조에선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인체에 빚대 생각하면 보다 극명하다. 사람의 몸은 국가기관처럼 다양한 개체의 집합체다. 인체는 상피, 결합, 근육, 신경 등 4개의 조직이 조합돼 다양한 기관을 형성하고, 이러한 기관이 모여 기관계를 구성한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각각의 권역을 형성하고, 각 기관과의 유기적 활동으로 운영되는 국가와 유사하다. 인체의 각 조직 및 기관은 각각의 역할과 서로간의 조화를 통해 생을 유지한다. 이 또한 국가를 구성하는 개체가 저마다의 역할을 통해 전체를 경영해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다.

인체건 국가건 문제는 각 기관의 역할과 조화에서 나타난다. 사람의 몸은 하나의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로 퍼진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사례를 보자. 갑상선에서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돼 갑상선 중독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일컫는 이 증상은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가 역시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같은 상황이 되면 자칫 망국(亡國)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 한쪽으로 기능 및 권한이 과하게 쏠리거나 한쪽의 힘이 너무 강하면, 균형이 무너져 국가가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다. 마치 지방자치가 `2할 자치`로 전락하며 국가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제대로 성장·발전하지 못하는 우리의 경우처럼 말이다.

우리가 살기 위해, 아니 적어도 대한민국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지방자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다. 중앙에 집중된 권한과 책임을 지방으로 나눠 국가의 모든 구성요소가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법·제도적 기반 마련이다. 국가의 근간인 헌법에 지방분권의 정신과 지향점을 담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의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비대한 중앙정부의 다이어트는 고도비만인 사람이 체질을 개선해 건강을 되찾는 것과 같다.

지방분권의 정신을 헌법에 담기 위한 첫 수순은 목표를 어디에 둘지 결정하는 것이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를 위해 헌법에 지방정부라는 내용을 명시할지, 아니면 이보다 약한 수준의 지방분권에 목표를 둘지를 정해야 한다. 다음 숙제는 헌법에 기반한 법제화다. 우리 앞에는 다양한 자치분권 과제들이 놓여 있다.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 문제 해소는 기본이다. 자치경찰제 도입, 자치입법권 강화, 지자체 인사권 독립, 중앙정부의 지방 재정통제 탈피, 자치교육, 주민자치 강화 등도 시급하다.

지방분권 시기의 문제 역시 가볍게 봐선 안 된다. 모든 일에 때가 있듯 지자체의 자치권 강화에도 시기가 있다. 지방자치 분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중앙정부의 수반이 권력을 나눠 공생의 길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을 때가 적기이다. 여러 상황을 봤을 때 지방분권의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전 개헌을 약속한 만큼 이번 기회에 지방분권 개헌을 실현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 지방정부에 입법·재정·행정권을 과감하게 넘겨 정상적 국가 운영의 틀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기형적 형태의 `서울 공화국`은 안 된다. 모두가 잘 사는 민주주의 공화국 대한민국이 우리의 미래다.

성희제 취재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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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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