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시대

인도의 광복절은 대한민국과 같은 `8월 15일`이다.

미국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윌 듀런트가 1930년 집필한 `The Case for India`에는 영국의 인도 정복이 양심이나 원칙 없는 침략이나 파괴였고, 합법적 약탈을 시작한 것이 이제 173년이 지났다고 표현했다.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벗어난 것이 1947년 8월 15일인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190여년 이상을 식민지배를 받은 셈이다.

신사의 나라라 자칭하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며 저지른 착취와 폭력을 담은 `암흑의 시대`가 출간됐다.

인도 출신으로 UN 사무차장을 역임하고 평론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샤시 타루르(Shashi Tharoor)가 쓴 이 책은 한국과 일본처럼 인도와 영국이 겪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대중들은 마하트마 간디가 펼친 `비폭력 저항 운동`은 곧잘 기억해도 영국이 인도에 행했던 수탈행위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인도가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1857년 벌인 독립전쟁 이후 벌어진 보복살인과 1919년 암리차르 학살같은 대규모 살육으로 3500만명의 인도인이 살해당한 것을 아는 이는 적다.

영국제국이 인도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엘리자베스 1세의 칙령에 의해서다.

17세기 초 실크와 향신료 등 인도 상품을 교역하기 위해 세워진 영국의 동인도회사의 활동과 함께 수탈의 역사는 시작된다.

1757년 로버트 클리브의 지휘로 동인도회사의 군대는 벵골을 통치하던 시라지 우드 다울라를 물리친 후 지배권을 빼앗았다.

몇 해 지나지 않아 무굴 황제 샤 알람 2세는 영국의 협박으로 수하의 세수 관리를 동인도회사 관리로 대체한다는 칙령을 공표한다.

저자인 샤시 타루르는 영국의 식민 지배가 인도인에게 얼마나 처참했는지 조사를 통해 예리하게 폭로했다.

영국이 민주주의와 정치적 자유, 법칙, 철도 등을 빌미로 소위 통치의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서구세력과 일부 인도인의 주장도 신랄한 비판을 통해 무너트렸다.

인도에 퍼진 영어와 차, 크리켓 등 서구 문물 혜택은 피지배 민족의 복리를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닌 영국인의 이익을 위해 도입된 점도 강조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국인에게 한글과 한복 대신 기모노를 입고, 일본어를 쓰라는 것처럼 인도인에게 강제한 영어와 홍차가 복지를 위해서였다는 주장은 설득을 얻기 부족하다.

책은 8장에 걸쳐 영국의 식민지배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수탈부터 정치, 민주주의제도, 분열을 이용한 통치, 허구에 불과했던 계몽, 제국을 옹호한 주장, 식민통치의 결과, 식민 이후 혼란 등으로 구별해 각각의 문제점에 대해 조명했다.

샤시 타루르는 서평을 통해 "런던 사람들은 런던이라는 도시를 건설하는 데 쓰였던 탐욕과 착취는 모른 채 그들의 멋진 도시에 감탄하며, 일부는 무지한 원주민의 생활을 향상시키며 선하고 훌륭한 것을 만들었다는 행복한 환상 속에 살고 있다"며 "같은 아시아 사람으로서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출판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잘못 표현된 역사적 사건들이 잊혀지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기자

샤시 타루르 지음/김성웅 옮김/젤리판다/456쪽/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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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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