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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연극 '펠리칸', 잘못된 모성애의 끝

2017-08-10기사 편집 2017-08-10 15: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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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면 사랑스러운 조카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에 공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바라만 봐도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조카의 작은 몸짓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진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닌 조카를 바라보는 마음이 이 정도인데 어머니의 사랑은 얼마나 더 큰 것인가?

모성애는 동물에게 일관적으로 관찰되는 행동이다. 진화생물학자의 설명에 의하면, 모성애는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보존하여 유전자의 생명을 영원히 지속하고자 하는 생물학적인 행동이다. 인간의 모성애는 과학적인 측정이 어렵지만 모성애가 엄마의 생활을 바꾸고 아이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한다.

연극 '펠리칸'은 잘못된 모성애가 만들어낸 한 가족의 파국을 그려내고 있다. 자식들을 돌보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 풍족하게 먹고 즐기는 삶을 사는 이기적인 어머니. 그 밑에서 추위와 굶주림이 일상이 되어 성장한 아들과 딸. 그리고 이기적이고 잔인한 어머니는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심지어 사위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게 없는 이 가족의 불편한 모습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본능적인 사랑인 모성애에 대해서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실, 펠리칸은 모성애의 상징이다. 극심한 가뭄을 만나 물고기를 사냥하지 못해 새끼 펠리칸이 죽어가고 있었다. 어미 펠리칸이 새끼를 깨워보고자 건드리지만 미동도 없다. 이에 어미 펠리칸은 부리로 자기 몸을 찍어 피를 흘리고 그 피를 새끼 펠리칸에게 먹여 살려낸 뒤, 결국 자신은 죽고 만다. 연극 펠리칸은 제목부터 극중 인물과 극적 상황까지 모두 잘못된 모성애가 불러온 비극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근세 북유럽의 세계적 대문호라 불리는 스웨덴의 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작품으로 그만의 예리한 관찰과 심각한 고뇌를 엿볼 수 있다. 대사 한 줄마다 굉장히 압축된 에너지가 있으며 기묘하고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오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아신극장 2관에서 공연된다. 김소중 연극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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