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을 걸어도 나답게

전 세계가 감동한 세기의 발레리나 강수진이 지난 30여 년 간 세계무대를 주름잡던 영광의 스토리를 펴냈다.

세계무대에서 최고의 명성을 지켜온 발레 스타 강수진의 출발은 사실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늦게 발레를 시작했고,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최연소 입단 후 7년 동안이나 스포트라이트 바깥에서 군무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조급해하거나 남들과 경쟁하기보다 오늘을 100%로 살아내며 오직 자신과 경쟁했다. 토슈즈를 수백 켤레씩 갈아치우며 하루 18시간씩 연습을 이어갔을 뿐이다.

불투명한 미래와 고단한 현실 속, 열정이나 꿈이라는 말이 버겁게만 느껴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그녀는 "하루만이라도 있는 힘껏 살고 그 단순한 보람을 느껴보라. 무엇보다 그렇게 하루를 힘차게 살아낸 자신을 믿어보라"고 말한다. 그 단순한 보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게 만드는 힘, `나답게` 인생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 꿈의 크기에 비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강수진이 들려주는 인생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다시금 꿈꾸게 만드는 힘을 준다.

그녀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무대에서 넘어지기는 부지기수였고 목 아래로 부러지지 않은 뼈가 없을 정도로 늘 부상을 달고 살았다. 정강이뼈 부상으로 1년간 발레는커녕 걸을 수도 없는 암담한 현실에 처해 절망한 적도 있다. 그러나 다른 발레리나가 은퇴를 생각하는 33세의 나이에 강수진은 화려하게 재기했다.

저자는 "무대는 포기한 그 자리에서 끝난다"며 무대에서 넘어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일어나는 것임을 강조한다. 오히려 절망의 터널을 겪고난 뒤 자신의 연기가 더 깊어졌음을 회고하며 실패야말로 우리를 더 깊은 존재로 만들어줄 기회라는 응원의 말을 건넨다. 이 책은 2014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의 예술감독에 부임해 리더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인생과 철학이 담겨 있다. 이호창 기자

강수진 지음/ 인플루엔셜/ 316쪽/ 1만 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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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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