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 등의 용어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사축`, `프로야근러`, `쉼포족`, `워라벨`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모두 지난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공감을 샀던 신조어이다. 마치 회사의 가축처럼 일하는 직장인이라는 의미의 `사축`, 야근을 밥 먹듯 일삼는 `프로야근러`, 휴가도 마음 놓고 떠나기 어려워 회사로 `출근휴가`를 갈 정도로 쉼을 포기한 `쉼포족`을 말한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은 직장을 구할 때 연봉만큼이나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 하고 있다.

공무원을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시 출퇴근을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대전시 공무원의 경우 근무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약 3시간을 초과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실상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없도록 일에 치우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근로시간이 2015년 기준 2133시간으로 OECD 가입 3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비효율적인 근로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일·가정 양립은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저출산과 인구감소 등 급격한 고령화 대비의 대안으로, 정부에서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적 제도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시도 작년 7월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마련해 조직문화 개선에 노력해 오고 있는 중이다.

업무조정을 통한 일의 쏠림 완화를 위해 실·국·본부장 책임 경영제 실시와 `인사고충 익명게시판` 운영, 연가 활성화를 위한 `간부공무원 휴가의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자녀 입영일과 자녀 예방접종에 필요한 특별휴가 마련을 위해 조례를 개정했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마음힐링센터 `다온숲` 운영,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전 직원 기초체력 관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각종 보고서 공유를 위한 `정보 공유방` 운영, 정시출퇴근을 위해 매주 `가족 사랑의 날(수·금)`과 매월 첫 번째 토요일 `초과근무 없는 날`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육아와 외국어 수강, 원거리 출퇴근 직원들을 위한 유연근무제 활성화, 월 1회 이상 부서별 소통기회 마련 등을 통해 수평적·가정친화 조직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이제 연봉과 회사 규모, 인지도만으로 좋은 직장을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고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인가가 직업과 직장 선택의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또한 경영자들도 직원들이 마음 편히 잘 쉬고 과도한 스트레스 없이 근무해야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의식의 전환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휴식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며 개인연가를 모두 사용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무두절(無頭節, 두목 없는 날로 직장에서 상사가 자리를 비우는 날)`을 만들어 직원들이 맘 편히 휴가를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기업이 눈길을 끌었다.

시민을 행복하게 하려면 시민을 대하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한다. 행복한 마음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때 시민에 대한 서비스가 높아지고 시민들도 좀 더 행복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신상열 대전시 자치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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