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퇴근하다 보면 이 무더위에도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원가를 찾아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걷기도 힘든 더위인데 참으로 학생들의 지친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인성교육, 건강한 교육을 교육담당기관에서는 외치지만 학생들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며칠 안 남은 기말고사 , 그리고 내신을 올리기 위한 치열한 투사와 같은 모습을 보일 뿐이다.

학교 교육이 얼마나 모자라기에 쉬고 운동할 시간에 다시 좁아터진 학원으로 몰리는가? 어른들의 책임이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이후 특목고·자사고 등의 폐지가 최근 핫 이슈이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의 혼란과 근심이 늘어나고 있다. 이 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부딪히며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

잠깐 나의 경험을 얘기해보면 교수시절, 의과대학의 학제가 6년에서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교수회의에서도 찬반논란이 있었고 필자는 6년제 의과대학 체제 유지를 찬성하였다. 10년 정도의 기간이 흐른 지금 의학전문대학원은 거의 사라지게 된 것을 보면, 잘못된 교육변화가 얼마나 큰 문제점들과 혼란을 가져왔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의학전문대학원 시스템이 모두 단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다양한 전공과 경험자 출신들을 받아 융합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었으나, 이러한 좋은 취지는 교육비 상승과 함께 부모의 경제력이 중요시되었다. 또한 6년제 의과대학 때는 그래도 그 지역출신 학생이 수도권출신보다는 많았지만 변화된 제도 하에서는 수도권쪽 출신들이 훨씬 많아져 지방 의과대학에서 졸업장과 의사면허만 따고 수도권으로 돌아가 지방의료의 공백이 더 심화되었다. 일례로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중 그 지역 모교 병원에 남는 비율이 10-20%정도밖에 안 되는 이상한 경우도 발생하였다. 남자 학생의 경우 병역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이고 면허증을 취득 후에도 인턴과 전문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거의 30대 중반에서야 각 의료분야의 전문의가 되니 이 또한 큰 문제점이었다.

교육제도는 늘 연구되고 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지만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제도인가를 떠나서 변화 이전에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더 많은 연구와 의견통합, 그리고 외국 사례만 볼 것이 아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노력이 있어야 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선거 전의 공약이었다고 하여 몇 년 사이에 급진적 변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일례이다.

특목고·자사고의 폐지 문제도 언제부터 어떻게 하겠다는 일방적인 정책보다는 보다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근본 원칙을 정하여 시간을 두고 논의되어야 한다. 폐지라는 용어보다는 개선방향 정책이 합당하다고 본다.

중학생부터 특목고 등을 가기 위한 사교육을 막을 수 있다는 근본 전제는 정말 찬성한다. 어린아이부터 서열을 메기고 이로 인하여 뒤처지는 절망감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얼마 시행되지 않은 제도를 또 바꾸거나 없애기 전에 모든 고등학교에서 일률적인 교과과정을 시행하는 것이 현 시대에 맞는지, 일반 학교에서 필연적으로 생기게 되는 학생 성적의 서열화로 인한 학생들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먼저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의 교육의 원칙이 무엇인가?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다른 국가의 교육개혁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하며 그 근본은 랑주뱅 안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 안의 4가지 원칙은 기회균등, 진로선택에서의 평등, 진로지도의 중시, 일반 교양교육의 균형실시이다. 이 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교육원칙과 전혀 다를 바 없으나 왜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을 가지고 싸워야만 하는가?

경제나 사회전반의 질서 변화 등은 갈등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나 교육만큼은 한 50년 뒤에도 근본 원칙만큼은 지켜지는 우리나라만의 정책을 만들 수는 없을까? 물론 수십 년 간 이어져온 랑주뱅의 원칙을 고수해온 프랑스 교육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을 때는 많은 사회적 충돌이 있었고 찬반의 엄청난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노력 속에서 새 시대에 맞는 교육 개혁안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기를 가장 중요한 시기로 평가하여 이 시간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정비를 하게 되었고 중학교부터 경제와 직업에 관한 정보를 얻게 하여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게끔 하는 교육과정,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는 도덕 교육과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사회인으로서의 첫 준비를 하게끔 한다는 것으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전문대학원, 특목고·자사고 같은 갑작스런 교육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 과정을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정책이 자리 잡으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 이 과정도 엄청난 교육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이 입시와 진학에 대한 혼란은 최소화될 것처럼 보인다. 우리도 이러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 무더위가 지나면 각 학교는 2학기가 개강되고 다시 캠퍼스의 열정이 뜨거워질 것이다. 고등학교는 얼마 안 남은 대학입시 때문에 초긴장 상태가 될 것이다.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교육계에 몸담은 교육자들도 신경이 곤두선다. 입시 자녀를 둔 엄마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하루 하루가 고통이다. 또 어떻게 바뀌게 되나하는 걱정보다는 새롭게 입안되는 교육정책에 대한 희망감을 갖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개선될 교육정책은 모두 어른들의 책임이다. 양준영 대전베스트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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