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패배 이후 당을 혁신하겠다고 나선 자유한국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홍준표 대표 체제로 당을 재정비했지만 각종 현안에서 제목소리를 내는데 한계를 보이는 등 당의 존재감마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법과 추경안 통과 등 현안에서 야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물론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초고소득층 증세와 관련해서는 여론전에서 밀리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최근 류석춘 혁신위원장과 혁신위원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당 혁신에 몰두하고 있다. 혁신위는 최근 3차례 회의를 열고 우파 정당으로서 당을 어떻게 혁신시킬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는 이를 위해 주3회 회의를 열고 당의 개혁시키기 위한 자유한국당 혁신 선언문을 작성 발표할 예정이다. 혁신위는 또 정치신인들과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학교 과정을 설치 운영할 방침을 정했다.

당 혁신위 관계자는 "당의 현 주소를 파악하고 평가해 혁신의 당위성과 목표, 철학 등을 담아낼 계획"이라며 "당 홈페이지에 당 혁신에 관한 의견 접수 이메일 창구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국민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이 혁신위를 통해 당의 모습을 탈바꿈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보수지지층은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야당이 된 한국당이 대여투쟁에서 제대로 된 스펙트럼을 구축하지 못해 끌려다니는 상황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안 등 현안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최근의 증세논란에서도 여론전에서 밀리면서 보수정당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 안팎에서는 아직도 여당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진의 한 의원은 "많은 당내 의원들이 여전히 여당인줄 알고 뒷짐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당으로서 예전 천막당사 시절보다 더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할 각오가 없으면 보수정당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정당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선 당의 변화된 모습이 절실하지만 원외 당 대표의 강경 발언과 혁신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극우 논란에 휩싸이면서 오히려 당의 확장력을 가로막고, 지지층을 더욱 이탈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전 보수대연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한국당의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보수정당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보수정당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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