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집 거실에는 훈장 3개가 걸려있다. 그것은 할아버님의 독립유공자 훈장, 6.25때 화랑무공훈장을 수여받아 국가 유공자로 지정되신 아버님 훈장, 그리고 20여년 전 필자가 받은 모범공무원 포상으로 가족들에게는 공직자 가족으로서 의무감을 갖게하고 필자에게는 공공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무언의 가르침이다.

필자는 1979년 7월5일 당진군에서 공직 첫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1982년 9월 10일 대전으로 전입한 이래 오늘까지 38년의 세월이 흘렀다. 젊은 시절 한때 공직에 대해 방황을 할 때 아버님은 공직자로서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질책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다. 필자에게 있어 소금과도 같았던 아버님은 어느날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들러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씀하셔서 가슴이 뭉클 한 적이 있다. 아버님은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운명하셨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공직생활이 파노라마처렴 펼쳐지지만 공직세월은 마치 주마등처럼 잠깐인 듯하다. 이제는 필자가 공직 선배가 되어 후배들에게 배웅을 받게 됐다. 그동안 공직을 수행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첫째,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자.

많은 공직자들이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에 인색하다. 하기사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 까지 업무에 매달리다 보면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는 않겠지만 오늘 내일 미루다보면 어느새 퇴직이 문전이다.

평소 출근 전, 퇴근 후, 점심 시간 등을 활용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보자. 작은 것이 많이 모이면 커진다는 적토성산(積土成山)이란 말도 있질 않은가. 필자는 10년 이상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자격증 취득, 인라인스케이팅, 색소폰 연습을 꾸준히 해 왔다. 그 덕분에 지금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운동과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실력이 됐다고 자부한다.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 그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준비된 사람만 가능하다. 건강하고 향기나는 인생을 위해서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이 돼 보자.

둘째, 업무에 프로가 되자.

시민의 욕구에 따라 행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때로는 행정이 선제적으로 시민을 위한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기도 한다. 정책은 종류와 내용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기 까지 추진과정에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짧은 기간 내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장기간 추진해야 하는 복잡한 사업도 있다. 또한 중앙부처를 수시로 방문해야 하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집단민원을 지속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사업도 있다.

그래서 성과창출을 위해서는 관련 규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업추진 과정에 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 요인에 대한 해답을 찾고, 부서장 및 사업과 연관된 관련자들과 소통, 피드백을 통한 수정 등 업무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업무를 하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전문가가 돼 있음을 알게 된다.

셋째, 공직자 신분을 잊지 말자.

공직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 국가관, 공직관, 윤리관이다. 이중 공직관은 책임성, 투명성, 공정성을, 윤리관은 청렴성 도덕성 공익성을 말한다. 공직자라면 품위유지를 위해 당연히 준수해야 할 공직윤리이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사소한 부정부패도 용납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누군가 지켜보지 않더라도, 고지식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행위규범을 따지기 이전에 공직자로서 올바른 행동양식을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공직자는 매사에 자신의 선택이 공직윤리를 벗어난 일탈행위 인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또한 공직자 한명 한명의 행위가 전 공직자의 행위로 비쳐지기 때문에 공직자로서 책임성도 새겨야 한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처럼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공직자는 규범과 상식에 따라 행동해야 함을 잊지 말자.

고종승 <대전시 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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