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유통업체에 다니는 이성덕(31)씨는 올 여름 휴가도 `그림의 떡`이다. 연차휴가는 총 15일이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단 한번도 연차휴가를 다 써본 적이 없다. 사내 인력이 부족한데다 직장 내 분위기로 인해 선뜻 휴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금요일 연차를 하루 더해 주말까지 합해 다녀온 3일이 여름휴가의 전부였다. 워낙 박봉인 탓에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꾼다. 심지어 연차휴가수당마저도 지급되지 않는다.

금융권 대기업에 5년 째 재직 중인 김재희(33)씨는 아내와 함께 올 여름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여름휴가 5일을 사용해 주말 포함 8일간 여름휴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아내 또한 같은 기업에 재직중으로 1년 전부터 휴가비를 모아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김씨부부는 재작년에는 홍콩으로, 작년에는 베트남으로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등 기업형태별로 직장인 빈부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반면 중소기업 직장인들은 주어진 여름휴가를 사용조차 못하고 있다.

18일 고용노동부,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사업체 1570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근로시간 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의 여름휴가 부여일 수는 1년 당 3.72일로 5-29인 규모 사업체의 3.24일보다 0.48일이 많았다. 특히 300인 이상 규모 사업체의 하계휴가 부여업체는 53.0%인데 반해 5-29인 규모 사업체 중 하계휴가를 부여한 업체는 66.2%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60% 이상이 하계휴가를 부여하지만 실제 휴가일수는 300인 이상 규모의 대기업보다 짧은 셈이다.

대전 테크노밸리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업무에 있어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름휴가는 제공하지만 해당 직원이 휴가를 가게 되면 그 만큼 인력손실이 발생하면서 회사의 매출과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극화 현상은 내수경제 하락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악화가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소득비중이 대기업에 비해 낮기 때문에 휴가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과 특정 업종은 여름철이 성수기인 만큼 여름휴가를 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창희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연구부장은 "최근 중소기업 300곳 CEO에게 여름휴가 계획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37.0%가 경영상황 악화로 휴가를 갈 수 없다고 답했다"며 "우선 근본적인 원인인 내수경제가 살아나야 하는 한편 여름휴가가 직원들의 재충전 시기라는 인식을 하고 의지를 내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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