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9일) 청와대 오찬 회동에 여야 5당 대표 중 홍준표 한국당 대표만 불참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청와대 측은 홍 대표가 오지 않는다 해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통 큰 모습으로 와 주길 기대한다"며 에둘러 마음을 돌렸으면 하는 바람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만일 홍 대표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아무래도 김이 좀 빠지지 않을까 싶다. 여권에 대한 주요 대칭축인 제1 야당 대표가 빠지게 되면 어쨌든 모양새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청와대 회동은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얼굴을 맞대는 자리여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다른 정당 대표들과 보조를 맞추는 게 자연스럽다 할 것이다. 그런데 유독 홍 대표 만 초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정확한 속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홍 대표 측 주변에서는 홍 대표가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면 필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고 당시 법안 통과를 비난했던 민주당이 이제는 거꾸로 미국 측으로부터 재협상 요구에 직면한 상황을 지적하면서 홍 대표가 그 부분을 불편해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홍 대표도 페이스 북에 "FTA를 슬쩍 넘어가려는 이런 (회동에) 들러리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글을 올린 바 있어 결국 새 정부에 대해 `FTA 앙금`이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엔 구실이나 사유는 대기 나름이다. 한미 FTA만 해도 야당시절 민주당 태도와 집권당이 된 현재의 태도 사이에는 모순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설령 그렇다 해도 그 때 `과거사`를 소환해 가며 청와대 회동을 보이콧하는 게 적절한 대응인지 의구심이 든다. 역으로 생각하면 당시 한미 FTA 체결은 지금 한국당의 정치적 자산으로 승계된 것으로 간주된다 할 것이다. 오히려 청와대 회동 자리를 빌어 그 점을 부각시키는 게 홍 대표에게 기대되는 정치력의 한 단면일 수 있다. 청와대 측도 그가 못 이기는 척 운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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