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약창] 오남용땐 내성균 생겨 올바른 진단·처방

언론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마치 잘못된 일인 것처럼 보도하는 바람에 염증이 있는데도 항생제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정말로 항생제는 사용하면 안 되는 나쁜 약일까.

항생제는 곰팡이나 세균 같은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이 다른 미생물을 죽이거나 번식하지 못하게 하는 특징을 이용해서 만든 약이다. 푸른곰팡이 때문에 세균이 죽는 것을 보고 연구, 1928년에 플레밍이 만든 페니실린이 최초의 항생제인 셈이다. 이름에 `마이신`이란 말이 들어간 것이 많아, 흔히 마이신이라고 불리는 약이 바로 항생제이다.

1905-1910년 사이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25세 이하였다는 통계가 있다. 이 당시에는 몸이 세균에 감염돼 곪았을 때 인체의 면역력만으로 병이 자연히 낫기만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가 염증이 크게 번지면서 죽음에까지 이르는 사람이 많았다.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이유도 있지만, 저런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지 못해서 그 당시의 평균 수명은 짧았다. 염증을 치료하는 항생제 종류와 병을 예방하는 예방약이 개발된 뒤 인류의 수명은 매우 증가했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금은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전쟁터에서 부상병들이 죽어갈 때 페니실린은 그야말로 기적의 약처럼 병사들의 생명을 구해냈다. 그때는 염증 때문에 죽는 사람이 많았던 터라, 페니실린만 있으면 앞으로는 사람이 무병장수할 수 있을 것으로 크게 기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1년도 지나지 않아 페니실린으로 죽지 않는 균(내성균)이 50%나 생겼다. 그래서 그런 내성균을 치료할 항생제를 다시 개발해야 했고, 그 항생제에 대해서도 또 내성균이 나타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세균이 환경에 적응해서 변화하는 속도를 인간이 따라갈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반코마이신이라는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균(슈퍼 박테리아)이 나타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금은 이처럼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항생제 이외에 화학적으로 합성해서 만드는 약도 있는데, 이런 것은 항생제와 구별해서 항균제 또는 화학요법제라 부른다. 이런 것도 항생제처럼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을 죽여서 염증을 치료하는 약이다. 이런 항균제에 대해서도 세균은 내성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항생제와 항균제에 대해 세균이 내성을 갖게 되는 것은 항생제나 항균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며, 병을 치료해서 건강을 되찾기 원한다면 의사의 진단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된 이런 약의 사용을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항생제와 항균제는 염증성 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원인 치료제이다.

항생제를 이용해서 염증성 질환을 치료하는 기본 원칙은 염증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1주일 간 항생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세균이 내성을 갖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적절하지 않게 또는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또 아예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교통사고가 나는 게 무섭다고 자동차를 아예 타지 않고 생활할 수는 없듯, 내성균이 생긴다는 이유만으로 항생제나 항균제로 염증을 치료하는 것을 거부할 이유는 없다. 의사의 진단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된 항생제는 건강 유지에 필요한 약이다.

항생제는 먹는 약이나 주사약 이외에도, 연고제나 안약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항생제 중에는 경질 캡슐 제형으로 된 것이 많아, 경질 캡슐 제형의 약을 다 `마이신`이라고 부르기도 하나, 정제로 된 항생제도 있으며 경질 캡슐 제형의 약이 모두 항생제는 아니다. 정일영 십자약국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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