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선거를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선거와 전쟁의 유사성 때문이다. 선거와 전쟁 모두 단 1명의 승자가 되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2등의 자리는 없다. 승자와 패자라는 2분법적 논리만 존재할 뿐이다. 두가지 상황 모두 과정상 발생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 문제는 가끔 등한시되곤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승자가 전리품을 모두 독식하고자 하는 것 역시 두 경우가 갖고 있는 공통점이다. 승패에 따라 전부 또는 전무 (All or Nothing)의 상태가 될 수 있다.

선거와 전쟁이 비슷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부분도 간과할 순 없다. 아니 과정은 유사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달라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선거와 전쟁, 두가지 경우에서 달라야 하는 주요 포인트는 경쟁을 끝낸 뒤 전리품을 대하는 자세다. 전쟁에서의 승자는 패자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다. 공유물(共有物)인지 사유물(私有物)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툼의 도구 였던 무기는 기본, 식량, 재원, 심지어는 사람까지 차지한다. 반면 선거는 반대의 경우로 가야 하는 것이 옳다. 공유와 사유의 경계를 보다 확실히 하고, 서로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피아(彼我) 구분 없이 둘이 하나가 돼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것이 선거다.

현실은 어떨까. 이상과 현실의 괴리만큼이나 선거의 실상은 다르다. 전쟁의 후진적 측면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전직 뒤집기`나 급진적 정책기조 변화가 대표적 예다. 전임 단체장 또는 전임 선출직 공직자가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사업은 답보를 면치 못하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업의 중요도, 파급효과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모두 예외는 아니다. 이는 선거가 전리품 획득을 위한 수단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상을 보자. 무분별한 전직지우기의 폐해는 대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비근한 예로 교통 정책을 들 수 있다. 전·현직 시장의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둘러싼 이견은 대전 교통의 `잃어버린 7년`을 만들어 냈다. 현재는 트램 방식으로 확정돼 있기는 하지만, 채 1년도 남지않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건설 방식이 변화될 지도 모를 일이다. 복지 역시 마찬가지다. 민선으로 선출된 2명의 시장이 각각 무지개 프로젝트, 복지만두레 등 괄목할 만한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직지우기의 영향으로 현재는 이름만 남아있는 상태다. 두 시책이 가졌던 파급력을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급진적 정책기조 변화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당선되기만 기다렸다는 듯 급격하게 진행하는 변화는 더욱 그러하다. 최근 진행되는 탈(脫)원전을 예로 들어보자. 새정부 들어 추진되는 정책으로, 갑자기 멈춰서야 할 처지에 놓인 원전에 대한 처리 방법이 없다. 국내에 위험성이 큰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할 처리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 셧다운(shutdown)도 문제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장마 후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경우, 전기대란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특히 전기량 생산 감소로 인한 전기세 인상 우려는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여지도 있다. 직전 정부에서 진행한 담뱃값 인상처럼 말이다.

무분별한 전직 지우기나 한풀이식 정책 변화는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또는 시민의 몫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지양돼야 한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없었다면 대전시민은 보다 질 높은 교통복지를 경험할 수 있었을 수도 있다. 복지시책 역시 전국적 롤 모델이 됐던 시책이 유지되고 발전됐다면,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탈원전 또는 화력발전소 셧다운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유를 불문하고 전쟁과 같은 형태의 선거는 사라져야 한다. 아귀다툼하듯 벌이는 경쟁의 지양은 기본이다. 다툼이 끝난 뒤 상황 역시 선거와 전쟁은 달라야 한다. 모두가 하나되는 기반을 만들고 뭉치고 화합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민주주의는 수십 년 피땀 위에 쌓아 올린 `금자탑`이다. 전쟁의 여진, 또는 전쟁 코스프레로 인해 민주주의의 꽃을 꺾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희제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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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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