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혁준
유혁준
지난 5월 17일 저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서 깊은 콘세르트허바우. 이 공연장은 빈 무지크페어라인잘, 보스턴 심포니홀과 함께 세계 3대 콘서트 전용홀로 꼽힌다.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차기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야프 판 즈베던의 지휘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8번의 1악장을 연주하자 웅혼한 울림이 홀 전체를 감쌌다. 객석 어디든 고른 음향은 빈과 보스턴보다 오히려 더 낫다. 천정에 매달린 화려한 샹들리에와 마르샬커워드 파이프오르간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했다.

`예술은 정부의 소관이 아니다`라는 당국에 맞서 1881년 암스테르담의 뜻있는 시민 6명이 의기투합해 시작된 콘세르트허바우 건립위원회는 7년 뒤 기어이 콘서트홀을 개관했다. `물의 도시`답게 땅값이 싼 습지에 수천 개의 말뚝을 박아 그 위에 건물을 세웠다. 130년이 지난 지금은 최정상급 악단과 연주자들이 일순위로 서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에서 피아노 독주까지, 5월 17일부터 일주일 동안 관람한 9회의 콘서트는 거의 매회 2200석의 좌석이 매진이었다. 일요일은 무려 3회의 공연이 열렸고 기립박수는 늘 기본이었다. 중간 휴식시간에는 생수와 음료수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이 문을 열고 전국에 경쟁하듯 우후죽순으로 생긴 문예회관은 대부분 음향이 가장 좋지 않은 부채꼴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다목적 홀이라 뭐든 할 수 있으되 뭐든 음향이 좋지 않았다. 대전예술의전당도 마찬가지다. 대전시향은 물론 세계 수준의 악단이 연주해도 메마른 어쿠스틱 때문에 귀로 들리는 감동은 반감되었다.

올해 1월 함부르크에 새로 오픈한 엘브필하모니는 1조 원의 건축비가 소요되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해 화제를 모은 롯데콘서트홀은 1000억 원이 조금 넘는 예산으로 홀을 완공해 그나마 세계 클래식 공연계에 위신을 세웠다. 이제 서울이 아닌 지역에 콘서트 전용홀이 생길 차례다. 대전이 그 첫 삽을 뜨면 어떨까. 대전시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암스테르담처럼 뜻있는 시민이나 기업이 나서도 된다.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을 대전의 콘서트홀에서 전자오르간이 아닌 파이프오르간으로 제대로 듣고 싶다. 그 꿈은 빠를수록 좋다. 유혁준 음악칼럼니스트·음악살롱 클라라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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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동안 유혁준 음악살롱 클라라하우스 대표, 유진택 시인, 김소중 연극연출가가 집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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