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영업자 빚이 급속히 불어나 500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자영업자 150만 명의 부채는 총 5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1인당 3억5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부채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의 취업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015년 기준 21.4%나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4%를 훨씬 웃돌고 있다. 자영업자 대부분은 빚내서 장사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자영업자 부채가 빠르게 50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자영업자 부채는 규모도 문제지만 증가속도가 빠르고 위험 대출이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2012년 318조 원이었던 대출이 4년 새 200조 원이나 폭증했다. 2015년과 비교해도 1년 만에 60조 원(13%)이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11%) 보다도 높다. 대출 또한 은행보다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에 몰리고 있다. 부채의 규모나 질이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그나마 자영업이 잘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3000명이 새롭게 자영업을 시작하고 2000명이 문을 닫는다는 통계가 있다. 시작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패한 사람 또한 많다는 얘기다.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500조 원을 넘어선 자영업자 부채 또한 시한폭탄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빚이 그러하듯 자영업자 부채도 부동산 경기와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출이자율이 0.1%포인트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도·소매업 7.5%, 음식숙박업은 10.6%나 증가한다고 한다. 금리가 인상되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 자영업도 설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가 망하면 대출금을 갚을 길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두건이야 별문제가 아니겠지만 사례가 많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금융권은 물론 우리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부채에 대해 근본적이면서도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