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대적으로나 성격적으로 다른 세 편의 작품들을 추천해보고자 한다. 비록 당신이 고전음악에 친숙하지 않더라도 짧은 곡들이니 잠시 시간을 내어 들어보시길 바란다. 혹시 이 곡들을 듣고 당신이 고전음악에 관심을 갖게 될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모든 곡들은 CD나 온라인으로 손쉽게 들을 수 있다.

첫 번째 소개할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의 작곡가 조스캥 데 프레(1450-1521)의 모테트 `Qui habitat(지존하신 분의 거처에 몸을 숨기고)`이다. 이 모테트(중세 르네상스 시대 종교음악으로 주로 사용되던 무반주 다성 성악곡)는 인성(人聲)의 아름다움을 잘 구현해낸 작품으로,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대성당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연상케 하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고전음악 역사상 이 작품만큼 성악의 균형미를 잘 살린 작품은 없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낭만주의 시대이다. 낭만주의 음악 하면 사람들은 열정, 기교, 그리고 쇼맨십으로 충만한 음악이라고 머릿속에 그린다. 그리고는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와 프란츠 리스트(1811-1886)를 연상한다. 그들의 음악이 내성적이고 성숙한 음악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프란츠 리스트의 곡 `아베 베룸 코르푸스 (Ave Verum Corpus)`를 들어보길 권한다. 참고로 리스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는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를 편곡한 것이 아니라 그가 순수 작곡한 작품이다. 낭만주의에서 느껴지는 고유의 열정과 기교를 느낄 수 없지만 대신 순수하고, 종교적인 신념으로 가득한 리스트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마티아스 도블러의 영화음악 `Drinking Moonlight`(드링킹 문라이트)이다. 독일 뮌헨 태생인 그는 젊고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아직은 낯선 작곡가이다. 만약 연인과 함께 들을 만한 음악을 고른다면 이 곡이 적격이다. 헐리우드 음악만을 고수하지 말고 이제는 뮌헨의 영화음악에 도전해보라!

이상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세 곡을 추천해보았다. 고전음악이 생소한 사람들도 앞서 추천한 세 곡을 들으면 그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계기로 점진적으로 관심을 확장시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고전음악을 접하고 즐기게 될 날들을 기대한다. 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건반악학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