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의사로 살아온 지난 20여 년간 수 많은 환자를 만나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그 아픔을 치료해 왔다. 그동안 수많은 환자를 만나다 보니 환자와 의사 간 생기는 선입견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환자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의사를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로 나눈다. 또 의사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만나 환자를 좋은 환자와 나쁜 환자로 분류하며 서로에 대해 감정을 쌓아두기도 한다. 물론 필자도 환자들에게 나쁜 의사라고 욕을 먹은 적도 있고, 반대로 나쁜 환자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소주 한 잔에 털어버린 적도 있었다.

나는 과연 좋은 의사인가, 병원에 출근해 가운을 입을 때마다 내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정확한 정답은 없지만 그동안의 질문을 통해 얻은 답을 기반으로 의사가 느끼는 좋은 의사 혹은 진짜 의사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의료 서비스의 소비자인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의사, 나쁜 의사는 곧 선호하는 의사, 반대로 기피하는 의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의료 서비스의 공급자인 의사 입장에서는 케이블TV,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일부 지식을 가지고 자신들이 의사인 것처럼 행동하는 환자들이 나쁜 환자들이다. 그들은 가벼운 의학 지식을 가지고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러 와서는 자신이 원하는 진단과 치료방법이 나오지 않으면 의사에게 `엉터리`, `돌팔이`라며 손가락질을 한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얻은 의료정보는 정보일 뿐 참고만 하시고, 본인에게 맞는 치료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인 의사를 믿으세요"라고 수없이 얘기해 봤자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물론 병원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의료진으로서의 양심을 속이고 환자의 얕은 지식을 이용, 최선의 진료가 아닌 자신을 이익을 위한 진료를 하는 나쁜 의사도 적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인가. 좋은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에 대한 믿음을 주는 의사이다. 환자의 병변 부위를 보고, 만져보고, 검사하며 원인을 찾고, 치료방법을 찾아 명쾌한 답변과 함께 깔끔한 치료를 하는 의사라는 의미이다. 또 진짜 의사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의학 드라마에 나오는 잘생긴 외모의 미남, 미녀이며 탁월한 실력을 갖춘 의사인가. 진짜 의사는 환자와 소통하는 의사이다. 환자는 육신의 고통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행동의 제약을 받으며 삶이 고달팠을 것이다. 그런 환자는 자신의 작은 얘기에도 모든 것을 알아주는 의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 좋은 의사와 진짜 의사의 작은 차이는 무엇일까. 노련한 의사는 환자에게 문진을 하면서 환자의 직업, 생활습관, 환경을 알아내고 진료실에 들어오는 발걸음과 행동에서 행동양식을 알아낸다. 그리고 어디가 아픈지 환자의 얘기를 들으면서 성격을 파악한다. 이처럼 좋은 의사는 빠른 판단력과 경험,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병변을 정확히 짚어내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러한 행동은 환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게 되고, 치료도 수월하게 진행된다.

진짜 의사는 자신이 환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좋은 결과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의사는 단순히 병변만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까지 헤아려 준다. 즉 환자의 피폐해진 마음까지도 보듬어 주는 의사인 것이다. 물론 의학적인 능력도 충분히 담보돼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최근에는 환자와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계적인 치료가 아니라 소통이 담보되는 치료는 그 효과를 배가 시킨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눈높이에 맞는 대화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 환자에 대한 의사의 사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진료를 하면서, 회진을 돌면서, 혹은 퇴원 후 결과를 살피며 환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아닌 친구, 동료, 이웃이 된다.

혹자는 의사와 환자에 대해 `갑을 관계`로 규정 짓기도 한다. 물론 지난 세월동안 의료계가 보여 왔던 모습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환자의 말을 조금 더 경청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진짜 의사`가 날로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박철웅 대전우리병원 대표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