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부터 `대전양반 얼씨구`를 주제로 개최하던 한밭문화제가 25년간 명분을 유지하다가 2008년쯤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그러자 대전이 예로부터 물이 귀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물(H2O)축제부터 시작해 갑천문화제, 우암문화제, 동춘당문화제 등이 준비됐으나 워낙 뿌리 깊은 상호 이해관계 때문인지 좀처럼 범시민적인 행사로 이어가질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회덕 인근의 은진 송(宋)씨, 보문산 자락에 안동 권(權)씨, 석교동 고성 남(南)씨의 세 집안이 주로 집성촌을 이루고 살다가 개화기에 경부, 호남선이 교차하는 교통도시로 시작했다. 1932년 충남도청의 이전으로 근대화된 도시로 성장했고, 한국동란으로 파괴된 많은 건물을 복구하면 군사, 산업도시로 변하는 듯했다. 1970년대 초반에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하면서 과학도시로 면모를 바꾸며 치른 갑년체전(1979년)과 대전엑스포(1993년) 개최가 가장 큰 행사였다. 1997년 과천청사의 2배나 되는 정부대전청사의 등장으로 좋은 기회가 돼 세계과학도시연합의 중심에 되려고 애를 쓰다, 와인축제를 즐기면서 폼 나게 살려고 했지만 모두 시들해졌다. 이제는 대선 이슈로 등장한 세종특별시가 옆으로 들어서고 나니, 배후도시로써 임무를 마친 느낌마저 든다.

요즘 삶의 질을 따질 때 경제주체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가리키는 국민총생산(GNP)보다, 사람이나 기업의 해외이동이 늘어나면서 국내총생산(GDP)의 의존도가 더 크다. 막상 국내총생산이 높다고 해서 모든 국민이 잘 사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GDP가 세계 12위권인 국가의 5대 광역시 다운 행사를 치러서 대전광역시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한밭문화제를 대신해 `한밭올림픽`을 준비해 보자.

요즘 우리나라에는 남부지방만 좌우로 있고, 중부 지역에는 아무런 이슈가 없다보니 인구수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강력한 광역경제권을 형성하고도 일관된 정치력 부재와 표몰이에 약해 선거가 끝나면 늘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말하기 좋아 `캐스팅보드`지, 이는 줏대 없이 흔들리는 민심을 일컬어 듣기 편하게 하는 인사말이다. 총체적 평가로 대전은 인구에서는 광역시지만, 기타 분야에서는 중소도시 정도의 능력뿐이다. 한밭문화제가 없어진 이후, 아직까지 이를 대체한 확실한 행사가 없고, 상징할 대표적 장소도 없고, 준비 할 인물조차 없다. 이렇듯 초라한 모습을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벤트성이 크고, 우리의 머리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

오르지 못할 나무니까 처다 보지도 말라고 하겠지만, 모든 분야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획기적인 행사임에 기초부터 차분히 구상하면서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준비하면 못 오른다는 법은 없다. 대전 시민 모두 뜻을 모아 추진한다면 언젠가 `한밭올림픽`은 꿈꾸는 사람만이 맞이한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유병우 ㈜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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